체첸內 유대인을 구출하라-이스라엘 정보기관 비밀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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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각지의 지역 분쟁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면 『분쟁지역의 유대인을 살피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주요 임무중 하나가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유대인들을 사전에 안전지대로 소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나온 말이다.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번 체첸사태 직전에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체첸 거주 유대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소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한 당국자는 최근『체첸지역에 거주하는 유대인 수백명을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항공기등을 동원한 비밀 작전을 통해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체첸을 무력을동원해 진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지난해 12월 이전부터 극비리에 항공기와 육로를 통해 체첸 거주 유대인들을 전쟁지역으로부터 소개시키기 시작해 현재까지 최소한 2백50 명 이상의 유대인들을 이스라엘과 유럽에 대피시켰고 일부는 체첸 인근의 날치크 지역에 이주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체첸에 남아있는 유대인은 약 10여가구.
하지만 이들도 이스라엘 비밀조직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안전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2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고 4천명 이상이 희생된 채 진행되고 있는 이번 체첸 사태 속에서도 유대인들은 고도로 안전한 상태에 있어 다른 이민족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소개작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년대말 내전과 가뭄으로 수천명이 죽어간 에티오피아에서 1천여명의 유대인을 소개시킨 것을 비롯,이라크.알바니아.아프가니스탄.타지크등 분쟁이 발생한 지역의 유대인들을 본국이나 그들이정착하기를 원하는 지역으로 이주시킨 전례가 있다 .
특히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의 경우 기원전 10세기께 이스라엘의솔로몬왕과 에티오피아의 시바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땅에서 벗어나는 행운을 맞기도 했었다.
시오니즘(유대인민족운동)을 외치며 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은 전세계 유대인들의 고향임을 자처하며 종교나 혼혈의 여부에 개의치 않고 모계혈통에 따라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이주에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이스라엘의 비밀정보기관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수천년에 이르는 전세계 유대인족보를 작성.관리하며 외교마찰을 극소화시키기 위해 소개에 관계되는 모든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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