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경마장은 동네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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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횡령.강도.절도등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격으로 경마장이 도마위에 오르내린다.범인들이 한결같이 『경마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동기를둘러대기 때문이다.
육사출신 현역장교로 9일 은행을 털다 붙잡힌 하기룡(河起龍)중위도 『경마에 빠져 4천만원을 빌려 썼으나 갚을 길이 없어 범행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각종 사건의 배경에 경마장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관련 인물들이 실제 경마장에서 돈을 잃었기 때문이다. 경마라는 것이 「돈놓고 돈먹기」의 속성을 갖고 있으며 실제베팅(도박)의 요소가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다.지난 한햇동안 경마에서 무려 1조7천72억원의 거금이 떠돌아 다닐 정도로 한국경마는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베팅을 하다보면 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잃는 사람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환급률(전체매출액 중에서 당첨금으로 다시 나가는 비율)이 75%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잃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나 경마관계자들은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마다 둘러대기 일쑤인 「경마장 관련」주장에 선뜻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돈을다른 곳에 숨기거나 사용하고 경마장을 둘러댈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한다.
사행성 도박이나 아니면 다른 엉뚱한데 돈을 지출했다면 관련자들과 시간.장소.판돈등이 일목요연하게 파악되지만 경마장에서는 돈을 잃었다 해도 입증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거짓 진술한다는것이다. 실제로 경마장에서는 하루 4만명 이상이 돈을 내고 마권(馬券)을 사지만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탓에 누가 얼마나 사갔는지 알 수 없다.
이같은 허점을 이용,경마장에 한두번 가고도 돈을 전부 경마에탕진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마사회 직원들의 항변이다.
만일(?)을 위해 경마장관람석에 버려진,당첨되지 않은 마권을 주워서 갖고 있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도 왠지 설득력이 충분치가 않다.아무도 증명할 수 없기때문이다.
아무튼 한국마사회는 금전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안절부절못한다.혹시라도 『경마때문에…』라는 말이나와 경마의 이미지를 추락시키지 않을까 염려해서다.경마장은 과연 「동네북」인가-.
金相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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