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강도 河기룡중위 주변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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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9일 검거돼 軍수사당국으로 이첩된 河기룡(25)중위는 부산에서 중.고교를 마친뒤 88년 부산대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그만두고 재수해 이듬해 육사 49기로 입학했다.
생도시절「육사 개교이래 손가락으로 꼽을만한 럭비선수」로 명성을 날린 河중위는 2백67명중 15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군법무관 시험에 응시했다 떨어진뒤 위탁교육생으로 93년 서울대법대 2학년에 편입학했다.육사의 국비위탁 과정은 전문법무장교 양성을 위해 해마다 우등생 3명을 뽑아 서울대법대에 편입시키는 것으로 재학중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법무장교로 장성까지 출세가 보장되는 엘리트코스다.
河중위는 서울대에서 강의에 충실하고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했으나『3년내 고시에 합격못하면 야전지휘관 경험도 없어 군에서 설자리가 없게 된다』며 동료들에게 고민을 토로해왔다는 것.소주한잔 입에 대지 않던 그는 고시를 포기하겠다고 선 언한 뒤부터고급룸살롱에 출입하기 시작했고 경마에도 손을 대는등 환락과 방종에 탐닉했다.부족한 돈을 친구.선후배등에게 빌리다 보니 무려4천7백만원이라는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된 그는 결국 촉망받던 엘리트 청년장교에서「은행강도」로 전 락하게 된 것이다.
다음은 河중위와의 일문일답.
-범행 동기는.
『후배에게 신용카드로 3백만원을 빌렸으나 기일이 지나도록 갚을 방법이 없었다.가요에 나오는 빨간 승용차와 멋진 여자친구도갖고 싶었다』 -총은 어떻게 구했나.
『육사에서는 교육을 받을때 내무반이 빈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오전 10시쯤 내무반에 들어가 총과 빈탄창을 하나 가지고 나왔다.내무반에 있는 후배들이 피해를 볼까봐 총을 훔친 과정은 말할 수 없다.』 -지금 심정은.
『내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부모님등 주변사람들이 육사에 입학했을때 많이 격려를 해주시고 기대도 많이 했는데….』 〈芮榮俊.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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