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詩集"지난날의 꿈.."펴낸 김영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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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일이 온통/아픔이 되는 때가 있다/지난 날이 온통/슬픔이 되는 때가 있다/바람/부는대로,/꽃잎/지는 대로,/흘러간날들이/온몸으로/어둠을 밀어가는 때가 있다/밤이 진다/꽃잎 진다/』(목련) 실천문학사에서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를낸 김영환(39)은 특이한 이력의 시인이다.충청도 청천의 산골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73년 연세대 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77년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제적되고 2년간 옥살이까지 한다 .출소후 재입학하나 5.18계엄하에서 합수부로 연행돼 다시 구속된다.이후 김씨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86년까지 수배와 도피로 이어지는 생활을 한다.
이 기간중 전기공사 1급자격증등 김씨가 따낸 기술자격증만 6개.『그때는 주로 아파트 공사 현장등에서 일했는데 거기가 내 삶의 터라고 생각했지요.무슨 일이든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성격때문인지 현장일에 열성이었습니다.』 86년 노동현장을 떠나 세번째 입학한 김씨는 88년 15년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종로에 치과병원을 냈다.운동하듯 치과를 운영한 김씨는 단시일에환자들의 신뢰를 얻어 치과의사로도 성공,92년엔 병원을 강남으로 옮겼다.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그는 왜 머리 아프게 시를 쓰는가. 『77년 감옥에서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됐습니다.0.7평짜리 방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못으로 회벽에 새기면서 시와 가까워졌지요.지금은 현세적인 성공에 방만해지지는 않았나 제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시를 씁니다.제게 시는 지난날의 꿈을 길어올리는 두레박과 같은 것입니다.그 꿈이 똑바로 살라고 끊임없이 채찍찔해 줍니다.』 88년 첫 시집 『따라오라 시여』에서 김씨는 노동운동으로 점철돼온 젊은 시절을 격정적으로 노래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 목소리가 한결 차분한 서정으로 가라앉아 있다.그러면서도 가슴속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
해설이 필요한 어떤 관념적 이미지나 상징도 거부한 시.김씨는속속들이 체험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육성으로 지난날을 얘기하고 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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