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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자율학습·수준별 수업에 외부강사 초빙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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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산골인 영양군의 영양여고에는 기숙사가 있어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다. 학생마다 1칸씩 배정된 자율학습실 책상에는 심야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의 책·모포 등이 가득 쌓여 있다. [영양여고 제공]

인구 2만인 영양군 영양여고. 전교생 270명 중 220명이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교 측은 수업이 끝난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학생을 기숙사 자율학습실에 모아 야간 자율학습을 시킨다. 1,2학년을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영어·수학 과목의 수준별 보충수업도 한다. 이 학습실은 다음날 오전 0시30분까지 개방된다.

학습실은 학생마다 칸막이로 나뉜 책상이 배정된다. 책상에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의 책·모포 등 개인물품이 가득하다. 오운석(53) 교감은 “기숙사가 있어 야간자율학습·수준별수업을 할 수 있고 학생 유출 방지와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농촌 고교에 기숙사 건립이 크게 늘고 있다. 인재 유출을 막고 외지 학생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숙사가 농촌 고교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숙사 덕에 지원자 늘어=경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공립 105개교 중 47개교, 사립 91개교 중 65개교 등 전체 196개교 중 112개교(57%)에 기숙사(생활관)가 있다. 1997년 30개에서 해마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 초에는 영덕고와 칠곡 약목고, 안동 경안여자정보고가 기숙사를 완공한다. 또 올해 청도전자고와 청도고는 개축, 청송고는 신축에 나선다.

경북교육청 시설과 김영규씨는 “농촌과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가 본격화한 2000년부터 기숙사 건립이 크게 늘었다”며 “예산 지원을 요청하는 학교가 많지만 요구대로 다 못한다”고 말했다.

이 중 봉화고는 2005년 기숙사(청운관, 52명 수용) 개관 뒤 만성적 미달사태를 벗어났다. 정원 초과(120명)로 2006년 지원자 5명이 탈락했다. 올해도 정원을 채웠다. 학교 측은 오후 11시30분까지 교사 감독 아래 자율학습을 하는 등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청운관은 학생 유출을 막으려는 봉화군이 교육발전기금 2억원을 보태 10억여원으로 건립됐다.

문경 점촌고는 외지 학생의 지원이 늘어 애를 먹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 타 시·군 학생을 모두 기숙사에 수용했지만 올해는 타 시·군 출신이 80명을 넘어 전원 기숙사 수용이 어렵게 됐다. 전교생이 540명이지만 2005년 8월 리모델링한 기숙사는 168명만 수용할 수 있어서다. 학교 측은 이에 따라 배치고사를 쳐 성적 우수생에게 우선 입사혜택을 줄 계획이다.

◆심야학습은 기본=안동 풍산고는 오후 7시부터 11시30분까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외부강사를 불러 학원식 강의를 한다. 신입생 등 대부분이 이 강의를 듣는다. 풍산고는 학생 지도를 위해 안동 현지서 뽑은 한 학년 30명을 제외한 학년별 90명 전원을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한다. 학년별 90명 중 경북도내 출신은 10%, 나머지가 서울·부산 등 타 시·도 출신이다.

풍산고 이모(17·2년)군의 아버지 이응선(53·경기도 일산)씨는 “기숙사가 있어 안심하고 학교에 아들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점촌고는 기숙사 학습실에서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지난해 문을 연 경산과학고는 오후 11시30분까지 공부하게 한다. 경산과학고 기숙사는 특히 온돌로 난방하고 침대도 단층이다. 2명이 쓰는 1실이 10평이나 돼 공간도 여유가 있다. 도내 상당수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심야학습 등으로 서울 주요 대학에 합격생을 배출하거나 대도시 못지 않은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경북교육청 김옥자 장학사는 “많은 학교가 학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기숙사를 운영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교조 경북지부 이용기 정책실장은 “기숙사가 입시 준비를 위한 또 다른 학습장이 되고 있다”며 “전인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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