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우리도 대입 업무 인수팀 운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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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들이 2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16층 교육부에서 시무식을 마치고 벽에 걸려 있는 역대 교육부 장관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첫 수능 등급제 혼선을 포함한 잇따른 교육정책 실패로 축소 또는 폐지 부처로 거론되는 교육부는 이날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모든 대입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넘기겠다고 보고했다. [사진=김태성 기자]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대학입시 업무를 넘겨받게 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가 바빠졌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대교협은 대학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정부에 건의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에서 대교협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회원 대학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교육부의 정책을 대학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주로 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목소리를 낸 것이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내신을 50%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라고 대학을 압박할 때 반영 비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했을 때다.

 대교협은 대통령선거 직후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대학입시 업무를 넘겨 받기 위한 실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실무팀 관계자는 “대교협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교협은 주요 사항을 이사회(21명)의 의결로 결정하고 있다. 대학 간 이해가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하거나 이사회의 의결 사항을 이행하도록 대학에 요구할 권한은 없었다. 또 각 대학의 모집전형이 공정한지 심의하는 기능은 있지만 어긋났을 때 제재를 가할 근거도 갖지 못했다.

 대교협이 대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대교협은 협회 내에 몇 개의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이 회원 대학을 챙기도록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분과위원회가 대교협의 결정 사항을 따르지 않는 대학의 회원자격 박탈 권한을 갖게 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글=강홍준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국 201개 일반 4년제 대학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회원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198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을 근거로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교육 대변혁 총장들 각오는…

“학생선발권 되찾은 대신 교육 국제경쟁력 키워야”

 ▶고려대 한승주(68) 총장서리

 “새 정부에서는 대학이 변별력 있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대학의 자율성이 지역 간 편차나 계층 간 소외를 조장하지 않도록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어떠한 정책에도 동의할 수 없다.” (신년사)
 
 ▶서강대 손병두(67) 총장

 “학생선발권은 대학으로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대학은 자율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책임이다. 따라서 대학 간의 협의체인 대교협에서 자율 규제를 위한 협의체 등을 설립·운영해 이에 따른 책임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각 대학은 학생 선발에서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대 이장무(63) 총장

 “대학의 자율성은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성숙한 지식기반 사회를 이루려면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에 봉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년사)
 
 ▶이화여대 이배용(61) 총장

 “3단계 대입 자율화 방안은 우리 교육의 큰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본다. 대학도 자율화에 따른 책임의식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교육 실수요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학입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전기가 돼야 한다.”
 
 ▶중앙대 박범훈(60) 총장

 “새 정부는 자율성을 기본으로 창의적 대학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중앙대 역시 자율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초일류 브랜드 연구자를 육성하는 세계적 수준의 지식 창조 및 학습 역량을 보유한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포스텍 백성기(59) 총장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못해 왔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자율화가 성공을 거두려면 고교 내신성적이 의미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대학도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정책을 추구함으로써 학생·학부모·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자율권 확대의 의미가 산다.”
  
 ▶한국외대 박철(59) 총장

 “대학 자율성은 대학개혁의 핵심이다. 대학 교육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대학은 자신의 교육이념과 교육 방법에 따라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발전은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며, 자율성은 무한책임을 전제로 한다. 정부가 세계적인 대학 육성을 위해 자율과 책임의 패러다임을 도입하려는 것은 매우 타당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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