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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는 부자 고객 겨냥, 수입차는 대중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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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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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고급차, 국산차=대중차’.
 
올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오랜 기간 통용된 공식이 무너지는 원년이 될 듯싶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가 고급 수입차에 대항할 신차를 선보인다. 올 초 제네시스와 모하비를 각각 출시하는 현대·기아차는 이미 광고전에 돌입했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일제히 중·저가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산·수입차가 격돌할 판매 전선의 확대가 부득이해진 것. 혼다 등이 지난해 3000만원대 차량을 한국 시장에 내놓아 재미를 보자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올해 대거 뒤를 따를 조짐이다.

◆국산차는 고급 차 시장 겨냥= ‘독일 명차를 넘어선다’. 현대자동차가 내세운 도발적인 광고 문구. 수입 고급 차종과 정면 대결 의지를 밝힌 것이다. 8일 출시되는 ‘제네시스’가 주인공이다. 현대차는 이 차의 개발 과정에서 독일의 벤츠 E350, BMW 530i 등과 80차례 넘게 충돌시키는 시험을 해 봤다. 제네시스가 독일 차들과 정면충돌해 덜 손상되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내고 있다.

올 국산차 업계의 화두는 ‘고급화’다. 수입차 업체들이 장악해 온 고급차 시장을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렉서스(도요타)·인피니티(닛산)·미니(BMW) 처럼 ‘제네시스’라는 독자 브랜드 전략으로 고급화 이미지를 조기에 심겠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3일 대형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하비’를 내놓는다. BMW X5와 비교하는 시승회를 열어 수입 모델이 경쟁 상대임을 명확히 했다.

쌍용차는 3월에 국산 최대 배기량인 5L급 세단 ‘체어맨W’를 선보인다. 최형탁 사장은 “벤츠 S500, BMW 750이 경쟁 차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내놓는 고급 모델은 4000만∼9000만원으로 국산차 치곤 비싼 편이다. 하지만 경쟁 수입 차종들보다 2000만원 이상 싸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들이 제네시스를 ‘2008년에 가장 기대되는 차’로 꼽는 등 호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산 고급 차가 한국산 차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켜 내수는 물론 수출 증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입차는 대중 차 시장 겨냥=올해 수입차 시장엔 2000만∼3000만원대 차종이 상당수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수입차의 대중화 척도라는 시장점유율 5% 벽을 넘긴 김에 저변을 더욱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22.6% 늘어난 6만5000대가량의 수입차가 올해 팔릴 것으로 수입자동차협회는 추정한다. 수입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판매가 합리화 정책과 맞물릴 경우 올해 점유율이 5.6% 정도까지 늘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만 판매해 온 닛산은 하반기에 ‘무라노’‘로그’‘알티마’ 같은 대중 브랜드를 국내에 상륙시킨다. 미쓰비시는 대우자동차판매와 제휴해 하반기에 국내에 공식 진출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끈 ‘i(아이)’같은 경차를 들여오는 문제도 검토 중이다. 국산 경차는 GM대우의 ‘마티즈’와 새로운 경차 기준(배기량 1L미만)의 혜택을 보는 기아차의 ‘모닝’뿐이다. 이를 틈타 경차를 주로 만드는 스바루도 국내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금호와 한보가 수입 판매했던 이탈리아 피아트도 국내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프랑스 시트로엥도 대중차를 앞세워 국내에 발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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