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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CEO 대통령’ 당선 이후 대한민국은 요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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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CEO 대통령''이 당선된 뒤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대변되는 기업가 정신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앙포토]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대기업 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 출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여러 경제 공약을 통해 “기업가 정신이 경제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기업인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도 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가 정신의 개념을 알아보고 기업가 정신이 사회·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기업과 기업가의 역할=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생산 전문 집단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가는 생산의 3요소인 토지·노동·자본을 최적으로 배합해 이윤을 내는 사람을 말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박동민 윤리경영팀장은 “기업이 경제성장이라는 기관차의 엔진이라면, 기업가는 그 기관차를 조종하는 기관사”라고 평했다.

 ◆기업가 정신이란=#1.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는 그의 시(詩) ‘가지 않은 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중략)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2.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1889∼1975)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자연의 도전과 외세 침략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인류 역사와 문명을 발전시켜온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예에서 공통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정신이다. 이는 기업가 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사실 ‘기업가 정신은 이것이다’라는 명확한 정의는 딱히 없다. 통상적으로 기업가 정신은 이윤 창출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 정신과 개척정신으로 기업을 일궈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업가 정신은 창조와 도전 정신, 추진력 등 다양한 덕목으로 나타난다.

 기업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위험 부담을 극복하는 것이다. 미래시장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때 불확실성과 위험을 뚫고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대량생산 방식(포드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비용을 낮춰 자동차를 대중화시킨 포드 자동차가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는 발상에서 등장한 노트북도 기업가 정신이 낳은 대표적 제품이다. 

◆어떻게 등장했나=프랑스의 고전파 경제학자 J. B. 세이(1767~1823)는 “기업가는 경제적 자원을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곳으로부터 좀 더 높은 곳으로 이동시킨다”고 주장했다. 세이의 이런 견해를 자본주의의 옹호 논리로 발전시킨 이가 바로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다. 그는 당시 세계 주도권이 사회주의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기업 활동에서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찾는 데 힘썼다.

 사회주의자가 기업 이윤을 노동자 착취의 산물이라고 해석한 반면 슘페터는 기업가가 혁신을 이룬 결과라고 파악했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데도 기업가가 도전 정신을 발휘해 미래 시장을 개척한 대가가 기업 이윤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발명뿐 아니라 시장 개척, 값싼 원료의 발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생산방식의 적용 등을 혁신으로 보았다. 기업가의 혁신이 생활의 질을 높이고,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천이라는 게 슘페터의 주장이다.

 ◆왜 중요한가=삼성경제연구소 최인철 수석연구원은 “기업가 정신은 제한된 자원과 조건을 뛰어넘는 일종의 지렛대”라며 “이 정신은 위험과 불확실성이라는 현실의 벽을 돌파하는 힘으로, 경제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가 정신은 교육에도 접목될 수 있다. 초·중·고교생이 자신의 학급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거나 대안학교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로 그 예다. 학생이 인기학과나 인기직종의 규격화된 틀을 벗어나 자신의 적성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이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아무도 하지 않거나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이에 도전하는 작은 노력이야말로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 정신이자 우리 사회를 성장시키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선임연구원은 “세계화가 가져다 준 반사작용으로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며 “기업이 자국 영토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에 따라 기업의 위험도가 함께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이나 기업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1960년대 미국에서 기업가들이 주주에 책임감을 갖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사회운동에서 비롯됐다. 이후 기업의 생산활동에 따른 환경오염이 불거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친환경 비누나 친환경 자동차처럼 ‘사회적 가치’와 ‘사업 모델’이 함께 갈 경우 두 가치가 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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