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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바둑기사 겸 해설가 한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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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 바둑기사 겸 바둑 해설가 한해원(韓海苑.22) 2단. 그는 바둑의 개념을 '도(道)'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바꾸고, 바둑의 관심층을 중장년 남성에서 젊은이와 여성으로 넓히는 데 적지않게 기여한 신세대 바둑인이다. 곱상한 외모에 만만찮은 기력, 그리고 통통 튀는 방송 진행으로 따르는 팬들이 많다. 인터넷 팬 카페(http://cafe.daum.net/hanhai) 고정 회원이 2천5백명을 넘는다.

韓2단은 현재 바둑TV '생생 바둑 한게임'과 '도전, 프로를 이겨라'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지상파로 중계되는 주요 세계대회 도전기 등에도 보조 해설자로 자주 등장한다. 개그맨 표영호와 김학도에 이어 현재 이세돌(21)9단과 함께 진행하는 '생생 바둑 한게임'은 기발한 소재에다 발랄한 진행으로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가끔씩 보는 인기 프로로 자리잡았다.

이세돌9단과 프로를 공동 진행하는 데 대해 기계(棋界) 일각에서는 '한참 잘 나가는 기사를 승부사의 무덤으로 끌어들였다' '젊은 남녀가 자주 만나다 보니 정들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韓2단은 "세돌이는 원래 호기심이 많고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본인이 하겠다는데 어떡해요? 그리고 세돌이는 연하 취향이라 저한테 별 관심도 없어요"라고 되받아친다.

수원시청 총무과장인 한상담(韓相曇.49)씨의 2녀 중 장녀인 韓2단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바둑에 입문했다. 중2 때 프로기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과 김원 도장에서의 수련을 거쳐 1998년 프로가 됐다. 올해 각종 기전에서의 전적은 3승3패이며, 역대 승률도 40%를 넘는다. 바둑 해설 등으로 분주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다 할 수 없는 성적이다.

이런 그가 최근 바둑 교육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달 초 영업을 개시한 에듀마이스터(주) '브레인-업 바둑'의 주주 겸 교재개발연구실장이 된 것이다. 영어나 컴퓨터처럼 만 5~9세 아동에게 바둑을 1대1로 가르치는 가정방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바둑은 어린이 인성 및 지능 개발에 매우 효과적이에요. 게다가 우리나라 바둑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 나가려면 어린 유망주들도 속속 배출돼야 하고요."

韓2단은 '바둑인으로서 무척 보람있는 일'임을 강조하면서도 "돈벌이 욕심도 없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경기도 성남.분당.용인.수지 지역을 대상으로 회원을 확보 중이며, 명지대 바둑학과 졸업생과 유아교육을 전공한 아마 유단자들로 교사진도 구성했다고 말했다.

韓2단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제대로 했으면 4학년인데 두번이나 휴학을 하는 통에 그렇게 됐다"며 "무사히 졸업하는 게 당면 목표"라고 했다.

바둑을 안 했다면 뮤지컬 배우가 됐을 것이라는 그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부 대상의 TV 토크쇼도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동균,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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