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선원구하고 목숨던진 白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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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난!조난! 암초에 부딪혀 침몰… 곧 잠길 것 같다.선원 9명 구명보트 옮겨타 탈출을 시도하고… 긴급구조 바란다.긴급….』지난달 31일 오후8시10분 제주도북제주군안덕면동광리 한국통신 제주무선국 통신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긴급구조 요청 이 흘러 들었다.
해상에는 이미 3~4m의 집채만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고 폭풍주의보가 내려 대부분의 선박은 가까운 곳으로 피항을 완료한 시각. 사고는 기상악화로 북제주군한경면고산리 차귀도로 피항하던경남충무 선적 40t급 어선 제11홍영호(선장 白영인.42)가닻을 내리다 높은 파도에 휩쓸려 닻줄이 스크루에 감겨 연안으로밀리면서 암초에 부딪혀 일어났다.
해경경비함 3척이 서둘러 출동하고 어선과 헬기가 동원되는 민.관.군 입체구조작전이 시작됐다.
31일 밤~1일 오전사이 선원 3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1일오후~2일사이엔 실종됐던 白선장과 선원6명중 4명의 시체가 인양됐다.그러나 白선장은 보이지 않았다.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배가 물에 잠기는 순간까지 선장은 구조교신을 계속했습니다.함께 뛰어내리자고 했지만 선장은 「마지막까지 배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뒤끝이 없는 분이었는데….』 극적으로 구조된 선원 유기생(兪基生.25.경남통영군한산면염호리)씨는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선장은 조타실 키를 놓지 않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악천후 속에서 그나마 3명이라도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선장이 마지막까지 구조요청을 계속 보내 사고지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신이라도 인양할 수 있다면….』 사고를 조사중인 제주해경 관계자들도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배와함께 최후를 같이 한 선장의 살신성인(殺身成仁)에 숙연할 뿐이었다. [濟州=梁聖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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