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속마음 읽기 五里霧中-느긋해 하는 진짜이유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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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종필(金鍾泌)민자당대표는 4일 아침 담담했다.그의 모습에는전날 스스로 쓴「종용유상」(從容有常.무슨 일에도 의연하게 법도를 지킨다)이란 신년휘호의 분위기가 배어있는 듯했다.휘호를 놓고 진퇴문제에 마음을 비운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 다.그렇지만 측근들은 2월 전당대회의 터널을 벗어나겠다는 金대표의 의지표시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민자당내 사정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6일 기자회견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당의 세계화를 강력히 천명하면 金대표의 용퇴를 유도하는 여론이 급격히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金대표를 이번 기회에 밀어내지 않으면 퇴진시기를 실기(失機)할 것이라는 당내 민주계의 판단을 金대통령이 수용했다는 추측도 있다.그 판단은 JP가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면 후계구도에 근접해 퇴진시키기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金대표는 태연하게 하루일정에 충실하고 있다.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까,아니면 답답한 속마음을 감추기 위한 의도적표정관리인가-.
아직 金대표는 전당대회와 관련한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의중을 구체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있다.휘호처럼 특유의「선문답(禪問答)정치」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측근들은 金대표가 무언가 믿는 대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섞어 관측하고 있다.
金대통령과 金대표사이의 약속과 믿음은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수없는「두사람만의 공간」속에 저장돼 있다고 익명을 부탁한 여권(與圈)의 한 고위 관계자는 4일 주장했다.
그 공간은 92년 민자당 대권파동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당시 김영삼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전제로 두사람간에 향후국정운영방향에 관한 극비약속이 있었다는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그속에는 JP를 중심으로 한 민자당의 관리,국 회 운영,국정운영의 내각제적 요소 가미에 관한 것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이 약속은 92년 3.24총선 실패로 청구동에 칩거중인 JP에게 김영삼대표가 찾아와 두사람이 대권후계구도에 대한 역사적인 당위성과 현실에 대한 인식및 이해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당시 박태준 (朴泰俊)최고위원.이종찬(李鍾贊)의원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이던 JP의 선회는「YS 대세론」에 결정적인 보탬이 됐음을 상기하고 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다.아직 설(說)의차원이다.JP 자신은 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계에서도 이같은 약속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金대표측의 이런 자세에는 약속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이런 종류의 소재를 발판으로 한「담판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이것이「종용유상」에 담긴 진짜 숨은 뜻이라고 한다.
金대표의 한 측근은『金대통령과의 신의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JP 특유의 2인자 처신이 거기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92년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을 상대로한 YS의 밀어붙이기 정치를 가능케한 기(氣)도,세(勢)도 金대표에게는 없다.그렇지만 JP가 동원할수 있는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은 분명히 있다.최악의 상황에 몰릴때 예상되는 충남.대전쪽의「 토사구팽」(토死狗烹)여론,보수우익쪽의 불안감등을 金대표는 정치적 무기로 동원해 활용할수 있다.
그러나 JP는「기다림의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다.그리고 적어도 2월 전당대회까지는 그것이 유효할 것으로 믿고있다. 〈朴普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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