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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의 ‘범죄 억제 효과’ 둘러싼 250년 논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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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12면

법의 이름으로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근대 형법학자인 체사레 베카리아가 1764년 사형제 폐지론을 주창하면서부터 사회적 쟁점이 돼왔다. 대표적으로는 사형제도의 범죄 억제 효과를 둘러싼 것이다.
 
존치론자들은 “사형 집행이 없으면 살인이 늘어난다”며 사형을 통해 잠재적 범죄를 억제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한 건의 사형집행이 다섯 건의 살인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사형이 범죄예방에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살인사건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의 비인도적 행위를 시민들이 모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베카리아가 설파했던 사형제도의 유해성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는 실증적 연구가 전무한 탓에 구체적 판단은 어렵다. 다만 사형집행이 없었던 과거 10년 간 살인사건이 11%가량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존치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는 약하다.

베카리아는 또 인간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재판 결과에 늘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형이 일단 집행되고 나면 실수를 만회할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폐지론자들의 핵심 논리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최근 사형 집행 건수가 1999년 98명에서 올해 42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잦다는 사실이 실증적 분석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 방법을 두고도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베카리아는 수장·화형·질식사·신체절단·책형(십자가형) 같은 사형의 잔인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세기 후반까지 참수형·능지처참 등 잔인한 방식이 주를 이뤘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인본주의적 처벌을 지향한다는 취지로 약물 주입을 사형집행의 주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 전기의자 사형이나 가스형, 교수형, 총살형도 인정하고 있으나 자주 사용되는 방식은 아니다.

약물 주입 방식은 마취제·근육마비제·심장정지제 등 세 개의 약물을 순차적으로 사형수의 혈관에 투입하는 것이다. 마취로 잠이 들고, 근육 마비로 호흡을 멈추게 한 뒤 염화칼륨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에 비해 외관상 모습이 덜 폭력적이고, 특히 의료행위와 유사한 모습을 띠기 때문에 인도적 방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사형수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극심한 고통이 수반될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위헌 시비가 일고 있다.

국내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참수와 능지처참은 없어졌다. 사형 집행 방법은 교수형이 원칙이고 군인에 대해서는 총살형을 사용하고 있다. 교수형은 밧줄을 목에 건 뒤 바닥 부분이 밑으로 처지게 하는 수하식(垂下式)을 사용하고 있다.

사형제 존폐에 관한 논쟁은 자칫 정서적이거나 관념적 주의·주장에 빠지기 쉽다. 합리적 정책 도출을 위해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국내 실증 연구물이 근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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