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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19.국제화의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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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방자치제가 본격화되면 일류도시.삼류도시라는 도시순위가 정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자치단체들은 이 때문에「생존」을 위한 홀로서기를 위해 오래전부터 각개약진으로 국경을 허물어왔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사람.돈.정보.기술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질적인 국제화의 길을 달려온 것이다.
한발 앞서 주재원을 해외에 파견하고 무역박람회나 각종 국제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참여했다.
또 외국과의 기술교류.해외자본도입.국제회의기구및 해외연구기관유치등 경쟁력과 국제화의 길로 도시를 살찌우는 일이라면 발빠른행보를 거듭해왔다.
서울삼성동 무역센터 42층에 있는 미국 미주리주정부사무소,소공동 해운센터빌딩2층의 일본 니가타현사무소는 외국 지방자치단체가 자신들이 만든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서울에 확보한 거점들이다.
이와함께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매년 개최해 시골도시를 국제도시로 키운 일본 야마가타(山形)현의 야마가타市,원산지 유럽못지않은 세계적 명성의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는 홋카이도(北海道)의이케다마치(池田町)市,어린이축제.책축제.재즈축 제등 9개의 축제로 매년 1천2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순수익만 1천여억원을벌어들이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市,맥주마시기등 10월축제 하나만으로 1백억마르크의 소득을 올리는 독일 뮌헨市등등.
우리 자치단체가 목표로 삼아야할 국제화.세계화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교과서들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민간기업이 주도했던 국제화의 몫은 앞으로 자치단체가 상당 부분 떠맡아야 한다.
우리 현실은 국제화의 가늠자가 되고 있는 국제인력양성과 사회.경제.문화의 국제교류가 여전히 걸음마수준이다.
엄격히 말하면 수도 서울도「거대한 시골도시」에 불과하다.
매머드 국제회의를 열만한 컨벤션센터.텔레포트(국제정보산업단지)하나 제대로 없는 곳이 올림픽개최도시 서울의 현주소다.이때문에 서울시는 세계도시협회.세계수도회의.세계대도시행정회의등 8개의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있으나 회의를 유치해본 적 은 없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이벤트라야 10월과 11월의 자매도시 민속축제.북경주간행사등 2건이고 직원 5만명이 넘는「공룡조직」서울시청에서 지난해 훈련목적으로 해외에 나간 인원은 겨우10명뿐이다.
서울시의 국제화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셈이다.
정도(定都)6백년을 기념해 극동의 가운데에 서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북경~서울~동경을 잇는「베세토」(BESETO)라는 도시벨트구축 구상으로 시작되고 있으나 성과는 미지수다.
지난해 벽두부터 지자체로는 최초로 국제화를 선언한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은 서울보다 사정이 더 딱하다.
부산시가 지난해 개최한 국제행사는 국제미술전람회.국제윈드서핑대회등 2건에 그쳤다.해외자본이나 기업을 유치한다든가 하는 알맹이있는 국제화사업은 겉돌고 있다.
자매도시 상호방문.체육교류에서 국제화준비라는 명분을 찾고 있을 뿐이다.
「국제화원년」인 지난해 자치단체가 보인 가장 주목할만한 국제화의 움직임은 10월초 강원도에서 열린 러시아 연해주.중국 길림성.일본 돗토리현.강원도등 환동해권 지방정부지사.省長회의다.
이 국제회의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와 민간기업에서 전담하다시피한국제화 시도가 지자체로 옮겨가는 모델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각 시.도의 국제화는 그동안 자매결연,해외연수등 친선및 외유 위주의 형식에 흘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화 추진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것은 자치단체가 가진 인재의 부족이다.
강원도는 4개 지방정부지사.성장회의등 국제화를 추진하는데 전문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9월 국제통상협력실을 설치하고 2명의 박사급 전문가를 채용했으나 기구와 인력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멀었다.
외국어실력과 국제적 감각을 소유한 공무원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해외교포등의 채용을 기피하는 인사제도및 관행이 여전히 남아국제화의 길을 가로막는 현상은 15개 시.도 모두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자체는 적극적인 외국어교육과 해외훈련.전담기구신설등이 우선돼야 하며 과감한 해외교포 채용등 새로운 지원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별취재팀=方元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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