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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7백회-새해 1월24일특집 放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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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훈훈한 농촌의 삶을 그린 MBC-TV『전원일기』가 새해1월24일로 7백회를 맞는다.80년10월14일 막을 연 이래 14년3개월째 방송중인 한국방송사상 최장수 드라마다.『전원일기』는 7백회를 맞아 일용네(김수미)에게 숙원이던 손자를 안겨주는 내용으로 특집방송을 기획,과거에 안주하기보다 미래를 지향하겠다는의지를 내비쳤다.
전국민의 84%가 도시에 사는(94년 내무부「한국도시연감」)현실에서 농촌,그나마 요즘은 찾기도 어려운 70년대식 한촌「양지뜸」을 벗어나지 못하는『전원일기』가 지금도 시청률 30% 내외의 꾸준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고 부담없는 스토리와 출연진의 호흡고른 연기속에 담담하고 서정적인 시골 분위기를 녹여 도시인의 향수를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MBC오명환 편성부국장은 풀이한다.농촌드라마라기보다 농촌을 소재로 도시인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청량제적 성격이 강한『전원일기』는 그래서 농민들로부터는『언제적 농촌을 아직까지 배경으로 삼느냐』『왜 농민을 어리숙하게만 묘사하느냐』는항의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나아가 UR.쌀개방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농촌의 현실대신 도시인을 위해 따스했던 옛 고향의 풍경화만 그린다는 비판도 왕왕 나온다.
그러나 농약중독에서 쌀시장 개방까지 온갖 풍상에도 꿋꿋이 고향을 지켜가는 드라마의 좌장 김회장(최불암)의 모습은 은근하면서도 끈질긴 공동체 정신으로 불화를 극복하는 한국인의 원형을 어렴풋하나마 구현하고 있다.그리고 이것이『전원일기 』가 지금껏존재하는 근거란 주장에는 이견이 없어보인다.14년간 드라마가 계속되다보니 PD만 8명(현재 조중현PD),작가도 3번이나 교체되는 변화를 겪었다.그러나 연기자만은 출범 멤버인 최불암.김혜자.김수미.정애란 등 고참탤런트들이 자리를 고수하며 드라마와함께 나이를 먹었다.이때문인지『할머니(정애란)는 이제 돌아가실때도 되지 않았느냐』『일용이(박은수)등 극중청년들은 이제 40대가 훨씬 넘었을 것 아니냐』는 짖궂은 시청자들의 반응도 잦다고 한다.
세태추종에 급급하다 거품처럼 사라지는 수많은 드라마와 달리 한국인의 고유한 심성과 효의 정신을 매주 되살림으로써「한국형 드라마」로 누구도 넘보기 힘든 위치를 굳힌『전원일기』는 향후 김회장 주변의 도시 친척들을 매주 등장시켜 도농( 都農)의 조화를 그리는 등 현실수용을 향한 변신을 꾀하게 된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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