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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무리한 人事-금융거리먼 商銀총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금융업을 처음 해보는 산업은행 총재,평생 세제(稅制)만 다뤄온 은행감독원장,공정거래법상 자격 시비가 일 수도 있는 공정거래위 상임위원….
지난 한달간 관가를 뒤흔들었던 조직개편이 이제 마무리 수순인후속 인사 단계에 접어들면서 여기 저기서 무리한 인사가 벌어지고 있어 조직개편의 참뜻을 흐려놓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勢)를 등에 업은 몇몇 막판 뒤집기 정부 인사의 여진(餘震)이 이처럼 엉뚱한 자리에 「사람 우겨넣기」로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실력과 자질을 충분히 갖춘 당사자들이 어울리지 않는 자리로 인해 공연히 손가락질받게 생겼고,세계화시대에 비전문가를 장(長)으로 모시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만이 산하.투자기관에 폭넓게 퍼지고 있다.
당초 예상을 깨고 막판에 산은(産銀)총재로 내정된 김시형(金時衡)前 총리행정조정실장은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내내 상공부와 총리실에서만 일해,이제 국제금융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산은의 사령탑을 맡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은행감독원장에 내정된 김용진(金容鎭)前재무차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제(稅制)통으로 금융쪽에서는 이제껏 단 한번도 일해본 적이 없다.
이처럼 상식 밖의 인사가 벌어진 것은 지난주말까지만 해도 홍재형(洪在馨)부총리와 강봉균(康奉均)당시 기획원 차관이 구상.
추진하고 일부는 발표까지 했던 재경원 인사가 지난 주말을 지내며 康차관의 거취가 바뀌면서 뒤집어졌기 때문인 것 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인사권과 관련된 「힘의 균형」이 과천 아닌 청와대로 크게 기울어 거대 부처들이 들어선 과천의 「권위」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혔다는 것이 과천 관가의 중론이다.
기관장 자리는 아니지만 공정거래위 상임위원 인사도 과연 적절했는지 역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37조 2항은 공정위 상임위원(비상임위원 포함)의 요건을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업무에 경험이 있는 공무원 ▲판.검사 또는 변호사로 15년이상 근무한 사람 ▲대학에서 법학.경제학.경영학등을 전공하고 대학이■ 공인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 또는 거기에 상당하는 자리에 15년이상 근무한 사람 ▲기업경영및 소비자보호 활동에 15년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임 표세진(表世振)위원장의 경우 지난 85년 국장으로 갓 승진한 후 단 몇개월간 공정거래실 심사관을 맡았던 것이공정위 경력의 전부다.
더구나 상임위원 3명중 두 자리에 내정된 옛 재무부 출신 한정길(韓錠吉).이정재(李晶載)씨는 공직생활중 공정위 근처에도 안가본 인물들이다.
과천 사정을 잘 아는 한 기업인은 『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긴 해도 이제 「건전한 상식」만 가지고 고위직을수행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어디선가 무리를 하니 결국 연쇄적으로 무리한 인사가 벌어지는 것이며,이는 세계화 에 걸맞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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