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사교육대책 성공하려면] 下. 학생부 신뢰성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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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경기지역 5개 외국어고 교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전날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金모 교감은 "학교에도 중3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내려달라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서울 강남.목동 지역에 있는 특목고 전문 학원장들도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강남의 모 학원장은 "이번 대책이 최소한 특목고에는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의 특목고 전문 J학원이 부원장은 "어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일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담긴 대학입시 계획은 특목고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여파는 특목고를 거쳐 현재 중3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08학년도 대입체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08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위주로 선발한다는 정부 계획은 당장은 특목고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대입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 타격 예상= 법대.의대를 가기 위해 특목고를 가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은 외고는 어문학계열, 과학고는 과학계열 등 동일 계열로 진학해야 가산점을 준다는 취지다. 또 외고에 자연계열 이수과정을 두는 등 타 과정 이수를 아예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여기에다 2008학년도부터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면 우수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외고.과학고는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왜 특목고를 건드리려 할까. 특목고 열풍을 잡지 않고서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입시를 개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입에서 경시대회 성적 반영을 금지하는 것도 특목고를 겨냥해서다. 먼저 초등학교에서부터 불붙고 있는 선행학습 과외.경시대회 과외를 잡고 그 다음에 특목고를 정상화한 뒤 학생부 위주의 대학입시로 방향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학생부 개혁=특히 교육부는 현행 교과목별 절대평가 방식의 학생부 성적 환산 방법이 일선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병영(安秉永)교육부총리도 공.사석에서 과거 방식인 교과목별 상대평가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한 정부기관장이 '상대평가 안 하면 교육이 망가진다'고 경고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평가 방식의 도입은 즉각 특목고나 평준화 지역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의 역차별을 불러온다"는 논란이 뒤따랐다.

이 때문에 일정 비율만이라도 상대평가를 할 수 있도록 비율을 넣자는 방안도 검토됐다. 결국 이번 대책에서 학생부 성적 환산 방법 개선 방안은 빠졌다. 정부는 오는 8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학생부 신뢰가 관건=2008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비중을 높이려면 학생부의 신뢰도가 확보돼야 한다.

문제는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상대평가를 도입했다가는 우수 학교에 대한 역차별이 생기고, 절대평가를 계속 유지했다가는 신뢰성 회복이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채선희 부연구위원은 "상대평가로 회귀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부풀리기를 하는 고교를 적발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에 대해 내신 가산점을 주는 등 '학생부 등급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이 밖에 아예 대학별 시험을 부활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교조 등은 전수 평가가 아닌 표집 평가나 등급제 도입에 대해 극력 반대하고 있다.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강홍준.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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