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비會 10년째 불우이웃돕기 거리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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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맹인이 낀 음악동호인들의 모임이 매년말 자선 콘서트를 통해 성금을 모아 소외된 이웃을 돕고있다.
24일 오전10시30분 겨울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미도파 상계백화점앞 작은광장에는 20여명의 「사랑의 단비」단원들이 입에서하얀 김을 내뿜으며 따뜻함이 그윽하게 가득 담긴 캐럴과 노래를열창하기 시작했다.모금에는 고사리손들도 참여했 다.
「사랑의 단비」(대표 朴駿容.30.악기점운영.서울노원구상계동)는 6년전 창설돼 봉사활동을 펴는 음악동호인들의 모임이다.단원중에는 朴씨와 함께 매년 연말이 되면 빠짐없이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맹인 피아니스트 임동식(林東植.36) 씨가 있다.
林씨는 지난 84년 겨울 서울중구양동의 시각장애인들을 도우러온 대학생 자원봉사자 朴씨와 만났다.당시 두사람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비록 나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내가 가지고있는 능력을 발휘해 불우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이제 이같은 활동은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지요.』밤무대에서 음악을 연주하다 지금은 안마시술소에 안마사로 생활을근근이 유지하는 형편이지만 지난 10년간 빠짐없이 불우이웃돕기자선 콘서트에 참여해온 林씨의 말이다.
그는 『매년 1천만원 정도의 성금을 모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도 가지 못하는 정말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지난해에는 충북영동군설천면조동리 86명의 버려진 노인들이 모여있는 마을에 송어양식장을 만들어 주었다』고 밝 혔다.
또『올해는 모금한 돈으로 전북무주군안성면장기리의 자식 없는 90세 할머니,동생이 병원에 입원한 소녀가장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대표 朴씨는『해가 갈수록모금실적이 줄어드는 실정이라 더 많은 사람을 돕지 못하는 것이아쉽다』고 했다.
〈趙泓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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