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전시회인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우수상에 뽑힌 '팥죽할멈과 호랑이'(조호상 글, 웅진닷컴)의 그림을 그린 윤미숙(34.사진)씨는 좋은 그림책 고르는 법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사람을 볼 때 눈이 살아 있는지 보듯이 어린이책 그림은 동물이나 사람의 표정이 얼마나 생생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생동감 있고 따뜻한 표정이 있어야 어린이들이 주인공과 대화를 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쁘고 장식적인 그림이 있는 책이 어른들 눈에는 좋아 보일 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고 했다.
10년째 어린이책 그림을 그리고 있는 윤씨는 '팥죽할멈…'에 한지를 바탕으로, 그 위에 다시 한지를 찢어 붙이고 석판화를 찍어 주인공을 표현했다. 호랑이와 팥죽할멈 등 주인공은 연신 웃고, 놀라고, 눈물 흘린다.
윤씨는 "한지의 질감이 살아있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재미있게 표현돼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상은 어린이책 부문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상이며, 올해는 전세계에서 1천여종의 책이 후보로 출품돼 '팥죽할멈…'과 또 다른 한국 책 '지하철은 달려온다'(신동준 글.그림, 초방) 등 여덟종이 상을 받았다.
윤씨는 "대학(단국대 서양화과)을 졸업하고 용돈을 벌 요량으로 어린이책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지고 어린이책 그림에 빠져 이제는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며 "늘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고, 그 마음을 그림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최근 출간된'벌거벗은 임금님'(애플비)과 '내 친구가 마녀래요'(문학과 지성사), '날아간 우산'(프뢰벨) 등 10여권의 어린이책 그림을 그렸다.
이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