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랑에 국적.종파없다 종교 벽허물기 메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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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종교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최근들어 국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다.국내에서는 각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간의 이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결의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성당미사에서 스님이 강론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3년전 결성된 불교 .가톨릭.불교의 여성 성직자들 모임인 삼소회(三素會)가 활동을 강화하는등종교간의 울타리를 허무는 작업이 잇따르고 있다.
국외에서는 지난달초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2000년을 대희년(大禧年)으로 선포하는 교서를 통해 「타종교와의 대화」를 촉구한 바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종교인평화회의도 국적과 종교에 관계없이 종교간 화합을 이루기 위한 바람직 한 방향을 모색했다.또 회교권 종교지도자와 기독교 대표들의 「국제종교협의회」에서는 회교지도자들이 『기독교인들과 더욱 깊은 유대관계를 갖기를 희망한다』며 종교 분리주의 경향의 대안모색을 위한 새로운 종교협의회의 창설을 제안,작업에 착 수하는등 종교간 화합과인류선의 구현을 위한 공동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서울에서 개최한 「94종교지도자 세미나」에는 개신교.가톨릭.불교.대종교.원불교.유교.천도교등 국내 7대종교의 지도자 1백여명이 참석해 21세기에 대비한 종교인의 역할,종교간의 벽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등을 주제로 논의를 가졌다.이 모임에서 참석자들은▲종교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선교및 포교행위를 지양하며▲각 종단이 상호 이해를 제고시킬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함께 참여한다는등 종교간의 이해와 협력을 다짐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최근 경남 거창의 거창천주교회는 김영식 주임신부의 집전으로 봉헌한 저녁미사에 불교 조계종의 현기스님(前개혁회의 홍보실장)을 초청,강론을 듣는 이례적인 성당미사를 실시했다.강론후 신자들은 사제관에 머무르고 있는 스님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올려 종교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만날때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과대립의식을 해소할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원불교의 제11대 좌산 이광정 종법사도 취임법문에서 『인류를구원하는 일에 모든 종교인이 각자의 울을 트고 합력해 줄 것』을 호소함으로써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위한 실천을 강조한 바있다.또 최근 연이은 종교인들의 연말모임에는 다양한 종교의 대표자들이 참석해 화합을 다졌고, 삼소회도 최근 회지 『목숨들 꽃처럼 어울려』를 창간하고 활동을 강화하는등 종교간의 벽을 허무는 노력들이 하나의 추세를 이루어가고 있다.기독교계안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개신교연합운동 의 논의를 본격화하고 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측 총회장이 분열후 35년만에 교차방문을 하게 된 것도 최근 일고 있는 이같은 종교간의 화해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리바 델 카르다에서 열린 제6차 세계종교인평화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강원룡(姜元龍)목사는 『전세계 63개국에서 30여개 종교지도자 1천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협력하며 인류사회에 공헌할수 있는 방향을 논의,종교간벽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을 실체화할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며『이제 종교 다원화시대를 맞아 종교계가 자신의 울타리를 헐고 인류의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金龍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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