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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세계화 對아시아협력에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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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화의 구호는 이제 그만.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우리가 세계화의 명분이 필요한 사회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폐쇄적이고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음을 뜻한다.어느사회나 일정수준의 고유 문화가치나 사회제도의 편 향성은 있게 마련이지만 세계화된 사회는 주된 사회제도와 규범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본지는 세계화를 지향하면서 우리보다 세계화된 사회를 적극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호주 경제의 특징을 현지취재를 통해 밝힌다.
[편집 자註] 「호주는 아시아의 일부다」라든지,「2005년까지 아시아계 인구가 40%선까지 육박할 것이다」라는 구호는 오늘의 호주가 아시아를 향하는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한 직후 호주의 주요 3개 도시를 취재하 면서 느낀 것은 호주가 한국에 갖는 관심에 비해 한국인은 이미 호주라는 나라를 잊은 듯하다는 것이다.요즘 한여름인 호주에 피한(避寒)여행을 하는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고작이다.
양국간 경제관계는 호주는 우리에게 철광.석탄.양모등 원자재를공급하고 우리는 자동차.전자제품등 완제품을 호주에 수출하는 전형적인 보완관계를 보이고 있다.호주가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다고자신하는 분야는 다른 나라와 사뭇 다르다.즉 특정 제조업이 아니라 교육분야이기 때문이다.그래서 金대통령과 키팅총리의 합의에기초한 후속조치 일환으로 호주정부는 교육재단을 만들어 한국인사들을 초청하고 한국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 수학기회를 제공하는등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양국간 관심차이라고나 할까,혹은 조직적인 대응의 치밀성의 격차라고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양국에 각각 존재하는 韓濠협회와 濠韓협회활동의 차이다.우리 한호협회는 일종의 사교단체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단체지만 호한협회는 호주정부에서 매년 1백만 호주달러를 지원받으며 다양한 활동을 정력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호주인에게 세계화는 구호가 아니다.구체적 실천차원에서 호주를아는 한국인을 늘리는 것이 세계화의 일부고 결국 호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기적 포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亞太경제협력체(APEC)를 주창한 나라가 바로 호주다.키팅 총리는 민간부문에서의 APEC정신 구현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멜버른에서 아시아투자무역회의(NTIOC)를 주최했다.경제적 혹은 정치적 힘으로 아시아 각국에 위세를 과시하는 미국.일본.유럽과달리 아시아인의 정서의 틈새를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다.나름대로생존전략이라는 면에서 우리같이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도 본받을만하다. 현재 호주경제는 지나친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를 염려한 정부정책,이에 대한 일부계층의 반발등 우리나라에서도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키팅 총리는 『호주 경제가 최근 몇년만에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같은 자신감은 지난 91년말까지 최악의 경기침체를보였던 호주 경제가 92년부터 빠른 속도로 회복돼 올들어서는 평균 6%를 넘는 성장률을 보이는데 바탕을 둔 것이다.호주는 우리에게 자원을 공급하고 우리는 완제품을 파는 보완 적 관계의안정적인 유지는 APEC에서의 양국간 협조의 경제적 기초다.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중규모 중진국가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간 격차를 좁혀 국제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공동노력이 전략적 차원에서 필요한 때다.
〈張 鉉俊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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