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공개 범위 넓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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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정보공개법 제정 추진자체에 대해서는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참여를 확대하고 국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준다는 점에서각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21일 발표된 정부의 최종 시안(試案)은 심의회의 안(案) 보다는 물론 지난 10월에 발표됐던 1차시안보다도 크게 후퇴한 내용이다.행정의 비밀주의와 편의주의,그리고 보신적(保身的)관행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22일 열린 공청회에서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했듯이 정부의 시안에는 공개제외 대상 규정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이렇게 많은 제외규정은 다른 어느 나라의 정보공개법에도 없다.게다가 그 제외규정들은 하나같이 포괄적이고 막연한 표현들로 되어 있어서 공개대상 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자의적(恣意的)인 정보비공개까지도 합법화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정보비공개의 부당성여부를 심판할 정보공개위원회는 그 구성과 임명,권한면에서 볼 때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조직에지나지 않는다.
정보공개의 당사자인 공무원도 위원이 될 수 있게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 」에 그칠 뿐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게 되어 있다.
정보의 부당한 공개에 대해 엄한 벌칙조항을 두고 있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부당한 공개에 대해서는 이미 공무원법이나 각종비밀보호법및 규정에 엄한 벌칙규정이 마련되어 있다.그런데도 새삼 중복되게 벌칙규정을 두는 것은 공무원들에 대 한 심리적 압박만을 줄 뿐이다.법체제상,법원리상으로 볼 때도 정보공개법이 정보공개에 대한 벌칙규정을 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벌칙규정을 둔다면 정보공개를 부당히 기피하거나 정보를 은폐하는 공무원을 처벌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도 없다.
정부는 정보공개법의 목적이 무엇이며 이 법이 왜 대통령의 공약사항까지 되었는가를 다시 성찰해 대폭적인 손질을 해야 한다.
이와함께 정부는 정보공개법의 제정취지에 맞게 불필요하게 많고 자의적인 규정들로 점철되어 있는 수많은 비밀보호법 과 규정들을과감히 개폐(改廢)해야 한다.이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설사 정보공개법이 1백% 이상적(理想的)인 것이 되어도 정보공개의 실효성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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