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무실초등 학교 신설이냐 학급 증설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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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원주 무실초등학교 전경. 학부모들은 현재도 학생수가 많은데 학급을 증설하면 교육환경이 더 나빠진다며 인근에 학교 신설을 주장 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 무실2지구의 초등학교 시설 부지. 뒤에 보이는 건물은 최근 이사한 원주시 신청사.

원주 무실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정오보다 30분 이른 오전 11시30분 점심 식사를 시작한다. 한꺼번에 36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지만 1500여명의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려면 이 시간부터 식당을 가동해야 한다. 전교생이 점심 식사를 끝내려면 식당을 네 번 이상 활용해야 하며, 시간은 1시간 30분~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학교시설 규모에 비해 학생수가 많아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무실초등학교에 학급 증설이 추진돼 학부모가 반발하고 있다. 원주교육청은 인근 무실3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학생수가 늘어나지만 학교를 새로 세울 정도는 아니라며 무실초등학교를 증축, 학생을 수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부모는 이럴 경우 교육환경이 더 악화된다며 새 학교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 신설이냐, 기존 학교 증축이냐= 무실동은 최근 시 청사가 이전하는 등 원주시의 새 중심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무실1지구 택지개발에 이어 3지구가 개발됐고, 2지구 개발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무실1지구에 위치한 무실초등학교는 무실동의 유일한 초등학교. 2005년 30학급 규모(1050명)로 문을 열었지만 학생수가 급격히 증가, 지난해 교실 6개를 증축하고 특별교실 3개 등으로 9학급을 늘려 현재 39 학급에 학생수는 1500여 명이다. 학생수가 학급당 기준(35명)을 넘어 43명에 달하는 학급도 있다.

 무실1지구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원주시 신청사 앞쪽의 무실3지구에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 들어 설 아파트는 대림 이편한 세상(592가구)을 비롯해 주공임대아파트 등 모두 2368가구에 달한다. 또 단독필지 81필지에 주택도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는 2009년 초 입주가 시작된다. 무실3지구를 개발한 대한주택공사는 학교용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원주시교육청은 지난 4월 무실3지구에 학교를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2500가구의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도 학생수가 학교 설립 최소 기준인 24학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교육부가 3년 전부터 24학급 이하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있으며, 학생수가 모자라는 데 300억 원 내외의 막대한 예산을 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신 무실초등학교에 16개 교실을 증축, 무실3지구 학생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2008년 29억 원의 증축 예산을 편성했다.

 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에 학부모들은 학교가 또다시 증축되면 급식 차질은 물론 현재도 좁은 운동장이 교실 증축으로 더 좁아지는 등 교육환경이 크게 나빠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최근 강원도교육청을 방문, 학교 신설을 요청했다.

 ◆서로 다른 주장= 원주교육청은 무실3지구 학생수를 예측할 때 1가구당 0.23명으로 계산했다. 가구당 학생수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교육부는 평균 0.25명으로 계산한다. 교육청은 무실3지구에 2500가구가 입주할 경우 570여명의 학생이 늘어나고, 그러면 17~18학급 정도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주시 인구증가율과 학령아동 조사, 취학률 등을 근거로 가구당 학생수를 계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 주장은 다르다. 현재 무실초등학교는 가구당 학생수가 0.35에 달한다며 이를 무실3지구에 적용할 경우 학생수는 870여명으로 25학급 편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이외에 인근의 원주교도소가 이전하게 되고, 원주시 신청사 옆 20만㎡도 개발할 계획이어서 최소한 2000가구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대표회의 채병두 회장은 “무실동은 신흥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등 학생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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