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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소화기내시경팀- 나비넥타이 매는 세심한 의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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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건국대병원 소화기 내시경팀의 민영일 교수가 환자의 코를 통해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박형석 교수. [신인섭 기자]


건국대병원 소화기내시경팀 민영일(66) 교수는 구내식당에서 간혹 오해를 받는다. 식당 종업원이 민 교수에게 “지휘자이신 모양이죠?” “음악 하시는 분이죠?”라고 질문한다. 식당을 찾는 고객이 민 교수를 식당 직원인 줄 알고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다. 3년째 매일 매는 나비넥타이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정년퇴임을 앞두고 나비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동국대병원 석좌교수로 부임해서는 소화기센터 의사 전원에게 나비넥타이를 매게 했다. 올 6월 건국대로 스카우트돼서도 마찬가지다.

“긴 넥타이를 통해 환자에게 세균을 옮길 수 있습니다. 넥타이는 매일 빨지 않기 때문에 세균의 온상이 되는 것이죠. 의사가 작은 용기를 내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민 교수는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소화기센터를 환자 중심으로 ‘확’ 바꿨다. 진료실과 동선(動線)을 환자 중심으로 바꿨고 환자 및 보호자 면담실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코로 들어가는 경비(經鼻)내시경을 도입해 매일 10~15명의 식도와 위를 검사하고 있다. 경비내시경 검사는 코를 마취시킨 다음 우동 발 굵기의 내시경을 넣는 것. 고통과 구역질이 거의 없으며 검사 중에 의사와 환자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고 한다.

민 교수는 “위암은 서서히 줄고 있지만 아직 발병률 1위의 암이며 질병의 서구화에 따라 대장암, 역류성 식도염, 염증성 장질환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신해도 위암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40세가 넘으면 증상이 없어도 매년 한 번 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팀의 성인경(44) 교수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50대 이상 검사자의 3분의 1 정도에서 대장암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살버섯이 발견될 정도로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대변에 피가 섞여 있거나 배변 습관의 갑작스러운 변화, 빈혈, 복통, 체중 감소, 식욕 감퇴, 피로감 등 증세가 다양한 데다 아무런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아 정기검사가 필수적이다.

보통은 50세 무렵부터 해마다 대변검사를 받거나 5년마다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든지, 대장암 또는 대장 살버섯 때문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거나 궤양 대장염이 있는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1, 2년에 한 번씩 검사받도록 한다. 특히 50세 이전에 오름주름창자에 암이 생기는 유전적 비용종 대장암이 있는 가계는 30세 이후 1∼2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주로 20대 초반에 살버섯이 수백 개에서 수천 개 생겼다가 10∼20년 뒤 암으로 진행되는 ‘가족 용종 증후군’이 있는 가계에 속하면 15세 이후 매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염산 성분이 식도로 올라와 상하는 것으로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내가 의대에서 공부할 때에는 희귀질환이었지만 요즘에는 흔한 병이 됐다”고 소개했다. 염증성 장질환에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베체트병, 결핵성 장염 등이 있다. 모두 증세가 비슷하며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가 힘들지만 적절히 증세를 조절하면서 살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설사에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증세가 나타난다.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로 호전시킬 수 있지만 증세가 심하면 대장을 절제해야 한다. 크론병은 소화기 곳곳에 염증이 생기며 복통·설사·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수술받은 환자의 70%가 1년 내 재발하는 무서운 병이다.

성 교수는 “염증 장질환은 사망률은 높지 않지만 삶을 뒤흔들어 놓는 병이라 주위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병은 주로 10∼30대에 발병하며 10대 환자는 잦은 설사 때문에 수업을 받지 못한다. 교사가 꾀병이라고 윽박질러 중도에 자퇴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설사를 할까 두려워 성생활도 하지 못하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몇 번씩 수술을 받으며 심신이 황폐해지기도 한다. 이선영 교수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주인공 장준혁이 걸렸던 담도암과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발견이 쉽지 않은 암”이라고 소개했다.

담도암은 20%만이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며 80%는 수술해도 재발하고 완치가 힘들다. 또 췌장암 환자는 90% 이상이 진단 1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 적절한 식생활과 금주, 금연이 필요한 이유다. 속이 거북한데 위내시경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지만 한 달 이상 약을 복용해도 낫지 않으면 담도와 췌장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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