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얼굴로 심사 ‘미스 어스’ 세계 3대 미인대회로 급부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호 10면

2007년 미스 어스인 제시카 트리스코(23세)는 아버지가 우크라이나계, 모계는 필리핀계인 캐나다 사람이다. 맥길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11월 말 미스 푸에르토리코로 선발된 잉그리드 리베라(24)의 사연이 미담처럼 소개됐다. 후춧가루 스프레이 테러를 당하고도 침착하게 대응해 미스 푸에르토리코 왕관을 썼다는 것이다. 경찰 당국이 처음엔 화학 성분을 리베라의 옷에서 발견하지 못해 자작극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경찰은 화학 성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테러는 있었고 리베라는 ‘누명’을 벗었다.

진화하는 미인대회

미인대회 입상이 안겨주는 명예와 부 때문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500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미스 유니버스 왕관은 비상하는 불사조 모양이다. 신분·권력·미를 상징한다. 입상자들은 영화배우·모델로 활약하며 유명세를 활용해 정계에도 진출한다. 미스 월드 대회에 참가한 미인 중 ‘본드 걸’만 10명이다.

69년 미스 유니버스인 필리핀의 글로리아 디아즈(57)가 미의 여왕에 등극했을 때 신문 제목들은 이랬다. “미국이 달을 정복했지만 필리핀은 우주(universe)를 정복했다.” 디아즈는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한 필리핀 국민 배우가 됐다. 최근 화제작인 ‘색, 계’의 주인공 탕웨이도 2004년 베이징에서 열린 미스 차이나 유니버스 대회의 최종심까지 오른 경력이 있다.

미인대회 퀸은 그러나 ‘격무’에 시달린다. 질병· 에이즈 퇴치, 평화를 위한 활동에 나서야 한다. 2002년 미스 유니버스인 미스 러시아 옥사나 페도로바는 계약상의 의무 수행을 거부해 4개월 만에 자격을 박탈당했다. 페도로바는 퀸의 의무가 학업에 지장을 준다며 “할 일이 그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한 미의 여왕이 권좌를 물려주고 나면 ‘권력의 금단현상’을 겪는다.

미스 월드 대회에는 슬로건이 있다. ‘목적 있는 아름다움(Beauty With a Purpose)’이다. 하지만 미인대회의 핵심은 역시 몸매를 보는 수영복 심사다. 60년대까지 미인대회란 ‘섹시한 예비 현모양처’를 뽑는 대회였다. 그러나 최근 ‘성(性)의 상품화’ 라는 비난이 드세지면서 품격·지성·재능·매너가 점차 중요하게 됐다. 따라서 인터뷰의 비중이 늘었다. 미의 여왕에 등극하려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지식을 소화해야 한다.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미인대회는 진화하고 발전한다. 2001년에 출범한 미스 어스 대회는 환경 문제를 부각시켜 세계 3대 미인대회로 급부상했다. 준결선부터는 화장하지 않은 민얼굴로 심사를 받는다. 인터뷰의 비중이 미인대회 중 가장 높으며, 특히 자국 문화와 환경에 대한 지식은 필수 사항이다.

세계화되고 있는 세상이 다문화·다민족 사회를 향해 나아가듯 미인대회도 그러하다. 데니 멘데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지만 97년 이탈리아 대표로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 나갔다. 혈통상으로는 이탈리아와 아무 상관없다. 멘데스는 게다가 흑인이다.

국내 여론이 곱지 않았지만 97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최종 10명 안에 들었다. 여론이 우호적으로 급변했고 유명세 덕분에 유명 모델과 방송인으로 활약하게 됐다.
평화와 풍요를 약속하지만 분열을 야기하기도 하는 세계화… 그 한 귀퉁이에는 미인대회가 자리 잡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