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KBS "그대에게 가는길" 정은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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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KBS-2TV 일일연속극 『그대에게 가는 길』(박정주 극본,김현준연출)에서 사랑때문에 눈물 흘리는 서지원역의 정은숙(21)에게는 비슷한 나이의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자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겉으론 부드럽지만 안으론 단단한 차돌같고,화려한 원색보다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무채색의 향기라고 할까.혹자는 그것을 「내숭」이라 일축하고,혹자는 「분위기」라고점잖게 표현한다.
사랑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의 표정을 보여준 그녀가 애인 건우(선우재덕扮)의 배신을 겪고는 몹시비틀거렸다.
그녀가『나는 누구에게 해를 입힐 만큼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하며 눈물 흘릴때 여성 시청자들 눈에는 한없이 나약한 그녀가 미워보이기도,안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서지원은 철저히 드라마속에서만 사는 주인공이다.정은숙이란 여자를 만나보면 그렇다.브라운관에서 보는 것보다는 건강한발랄함이 돋보이는 스물한살의 이 아가씨는 『제가 실제 지원이라면 건우같은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오랫동안 만나왔으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그토록 갈등하게 만든다면 문제가 있는거예요.믿음이 없잖아요.운이 좋아 오래 견디었지만 결국 쉽게 깨질 수 있는 유리그릇같은 거였어요.』 ***“밝고 따뜻한 남자가 좋아” 그래도 비련의 여자 서지원역은탤런트 초년생인 그녀에게 크나큰 행운인 셈.
올해 부산경상전문대 방송연예과를 졸업,KBS탤런트 16기로 입사하기 전까지 부산토박이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주인공 역할이 너무 쉽게 떨어진게 아닐까.
『어느 여자 배우가 이런 배역을 마다하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녀는 집안에서 혼잣말하며 차 따르고 눈물짓는등 연기연습에 노력을 아끼지않는 것으로 행운의 대가를 대신한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밝고 귀여운 여대생역을 맡고 싶어요.다음엔 또 억센 시골 아낙역도 맡고,그다음엔….』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20대 초반의 꿈많은 아가씨다.
그녀를 돌보며 모니터도 돼주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언니에게 스트레스 다 풀어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그런 철부지.
『공연스레 무게잡는 남자보다 밝고 따뜻한 남자가 좋다』는 그녀는 쌀쌀한 추위에도 자신있게 미니스커트를 입을 만큼 늘씬하고부드러운 각선미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글 :李殷朱기자 사진:朱基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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