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센진 , 더러운 돼지새끼" 권희로 사건

중앙일보

입력

1968년 오늘(2월20일). 오후 8시20분. 일본 시미즈(淸水)의 한 나이트클럽. 재일 한국인인 한 사내의 눈과, 빌리지도 않은 돈을 갚으라고 사내를 협박하는 야쿠자 두목의 눈이 서로 부닥치며 불꽃이 튀었다.

야쿠자 두목은 사내에게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 라고 욕을 퍼부었다.

순간 재일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억압 속에 40년 동안 살며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사내는 총을 갖고와 방아쇠를 당겼다. …8발, 9발, 10발째 소가 등 야쿠자 2명은 맥없이 침몰했다.

사내는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인근 스마타쿄 온천마을의 후지미야 여관을 점거한다. 그는 투숙객 등 18명을 2층에 감금한 채 총과 다이너마이트를 갖고 장장 88시간 동안 재일 한국인의 권익보장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그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재일동포의 인권과 차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 국가권력은 결국 그의 요구에 굴복하고 말았다. 다카마쓰현 경찰본부장의 사과방송이 여러차례 NHK를 통해 일본열도에 전달됐다. 그러나 그는 대치 나흘째 기자로 위장 잠입한 경찰 8명에 의해 체포됐다. (중앙일보 99.9.8일자)

이 사건으로 한일 양국을 떠들썩하게 하며 일본내 민족차별의 대명사가 된 권희로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1년간 옥살이 끝에 지난 99년 9월 7일 가석방되어 고국의 품에 안겼다.

'국민적 환영'을 받으며 어머니의 고향 부산에 정착한 권씨는 그러나 고국생활 1년만에 치정극에 휘말려 철창신세를 지게 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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