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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성장 西歐式 외식업 패밀리 레스토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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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경쟁적으로 문을 열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이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즐긴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가족식당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강남구삼성동에 등장한 L패밀리레스토랑.문을 열고 들어서면인기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처럼 헤드폰형 무전기를 귀에 꽂은종업원이 손님을 맞는다.매장 입구의 칵테일 바 벽면에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본듯한 오토바이가 걸려있고 좀더 깊숙이 들어가면 미국 농구선수들의 사인볼과 함께 일렉트릭 다트.당구대등이놓여있다.
식당내 어디를 둘러보아도 가족단위의 손님은 거의 없고 젊은이들이 쌍쌍이 또는 무리를 지어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의 T패밀리레스토랑도 이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미국의 한 지역을 떼어다 놓은 것같은 분위기의 매장이 왁자지껄해지더니 종업원들이 한 테이블로 몰려들어 발로 마룻바닥을 굴러대며 목청껏 생일축가를 불러댄다.잠시후 폭죽.환호 가 터지고 칵테일바에서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바텐더의 몸놀림이 한결 흥겨워진다. 이곳을 찾은 서명식(徐明植.21)씨는 『가족들보다는 여자친구로부터 생일축하를 받고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구식 외식업소가 젊은층에 폭발적 인기를 얻자 미국등외국 외식업체와 기술제휴,국내 외식업에 뛰어드는 대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새로 참여할 업체만 보더라도 남양유업이 20일께 「피자 삐아띠」로,동양그룹 계열인 동양제 과는 내년초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로 각각 외식시장에 가세할 계획이다.
또 일경물산의 패밀리레스토랑 「데니스」,대한제당 계열 동진개발의 패밀리레스토랑 「시즐러」가 오픈을 서두르고 있고 패션.건설.유통분야의 상당수 업체가 외식업을 검토하고 있어 대기업 참여는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롯데(롯데리아).두산(켄터키프라이드치킨.라운드테이블피자).해태(빅웨이).미원(나이스데이).대농(코코스).일경물산(버거킹).제일제당(스카이락).이랜드(피자몰).대한제당(파파이스)등 대기업이 외식업에 참여하고있고 여기에 인척들이 운영하는 ㈜아시안스타의 「TGIF」,㈜화양인코퍼레이티드의 「LA팜즈」,㈜세진푸드시스템의 「하디스」까지 합치면 외식업은 이미 대기업들의각축장이 돼버렸다.
피자시장에 신규 참여하는 남양유업의 성장경(成壯慶)홍보실장은『남양유업이 유가공이외에 새로운 사업을 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첫 외도(?)를 외식업 분야로 정한 것은 그만큼 외식업이 성장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 했다.
실제 88년 등장한 코코스는 매년 평균 1백30%씩 매출성장을 이루면서 올해말 2백50억원의 매출(26개 점포)을 바라보고 있고,92년 영업개시한 「TGIF」도 매년 1백%씩 성장해매출이 2백억원(5개 점포)에 달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또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은 오랜 영업으로 상당한 영업규모를 이루고 있음에도 올해 또다시 성장세가 55%에 이르고 있으며 최근오픈한 패밀리레스토랑 「LA팜즈」의 경우 「고객이 너무 몰려 오히려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이 처럼 외식업에대기업이 몰리는 것은 성장산업일 뿐 아니라 대기업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측면이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해외 유명 외식브랜드를 가져오는 것부터가 그렇고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도 그렇다.특히 서울 요지에 부동산을 갖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임대비를 감수해 나갈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전제조건은 중소기업 진입에 가장 큰 걸림 돌이 되고 있고 자연히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외식업 컨설팅업체인 ㈜체인정보의 朴원휴 주간은 『강남요지에 2백평이상의 매장을 확보해나가야 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사업은 실제로 중소업체들에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李京宣기자〉 이같은 현실에 대해 「대기업들이 외국업체에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과소비를 조장하고 서구식 문화를 무분별하게 이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 TGIF와 LA팜즈의 분위기는 「철저하게 미국적인 것」이며 게다가 일경물산은 미국 현지 데니스 분위기로는 국내 젊은고객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더 튀는 분위기」로 매장을 연출,국내 데니스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서울마포구성산동의 김인섭(金仁燮.45)씨는 『아이들 때문에 몇번 패밀리레스토랑을 가보았지만 종업원의 의상과 인테리어 모두에서 문화적 거부감을 심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자재 조달부터 매장운영의 노하우까지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국내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어쨌든 동양제과가 들여오는 「베니건스」가 매장의 주조색이 초록색인 것을 제외하고는 TGIF(빨간색)와 거의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인 것을 고려하면 강한 비판과 논란속에서도 신종 외식업은「서구의 입맛과 서비스에 길들여진」젊은 세대를 공략하며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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