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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젊은 남자" 강우석"마누라 죽이기"오늘 동시개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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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젊은 남자』와『마누라 죽이기』가 오늘 개봉됐다.배창호.강우석,각각 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두 흥행감독의 작품이란점에서,그리고『젊은 남자』는 배감독이 3년의 공백기를 마감하고스스로「데뷔하는 심정」으로 만든 영화요『마누라 죽이기』는 강감독이『투캅스』란 공전의 흥행작에 이어 내놓은 후속영화란 점에서깊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영화가 주목받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더 있다.주제면에서 한 영화는 결혼한 신세대,이른바 딩크족(자녀없는 맞벌이부부)의생활패턴과 부부관계에 대한 희화로서,다른 영화는 경제성장의 최대 수혜자인 X세대들의 생각과 행태를 보고한 르 포르타주형 영화란 점에서 오늘날 신세대를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제작면에서 보면 충무로시스템에서 벗어나 독립PD의 인적자원과 대기업의 자본이 만난 이른바「종로시스템영화」의 전형적산물로 흥행여부에 따라 향후 한국영화의 제작방향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두 작품에 내려지는 평가는 엇갈린다.『마누라 죽이기』는 기대치에 못미치는『투캅스』의 그늘작에 그쳤고,『젊은 남자』는 사회성 멜로물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마누라 죽이기』엔 몇가지 높이 살만한 요소도 있다.동해안에서의 해변신, 호텔 주방에서의 봉수 마누라를 죽이려는 킬러 최종원의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역동감이 엿보여 코미디라 해서 제작비를 아껴서는 안된다는 모 범사례가 되고 있다.이 장면에서 영화는 모처럼 답답한 최진실과 박중훈의 부부싸움에서 벗어난다.
조형기.엄정화.최종원의 조연이 박중훈.최진실에 못지않게 괜찮았던 점도 이 영화가『투캅스』에서 발전한 요소.이 세사람이 선사하는 웃음량은 두사람에 못지 않다.이한(이정재)이란 광고모델지망생의 욕망과 비참한 최후를 그리고 있는『젊은 남자』는 고발성 드라마게임 정도일 것이란 당초의 생각을 뒤집었다.『젊은 남자』는 올로케 촬영을 통한 리얼리티와 영상감각,감각적 영화코디,성격묘사의 적확성을 보인 이정재의 연기가 맞아떨어졌다.그러나도입부의 설명조 화면과 잡■점식 사건 나열은 거슬린다.따라서 처음 30분간은 영화의 진로를 갈피잡을 수 없다.
후반부에 가서 사건을 연결하는 연출의 힘과 주제를 끝까지 버리지 않는 감독의 힘이 발휘되지 않았다면『젊은 남자』는 힘만 쓰고 과실은 없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일단 두 영화는 몇몇 매끄럽지 못한 점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두 작품 모두 상당한 예매실적을보이고 있어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읽게 한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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