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글로벌시대 대기업을 바로 알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9면

과연 중소기업형 경제로 가야 하는가? 오늘날은 대기업형 경제의 이점이 더 강력하고 크다. 한국 최대회사 삼성전자를 보면, 올해 매출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대부분이 수출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의 생산은 그 두 배나 증가시킨다. 수출 승수(乘數) 효과 때문이다. 주식 시가총액은 올해 100조원이 넘은 바 있다. 국민 1인당 평균 200만원의 자산도 창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산업의 자산도 그 두 배는 창출했을 것이다. 이런 기업이 30개만 더 있다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 일류 선진국이 된다. 반대로 제거된다면 한국은 저절로 중소기업형 경제가 된다.

미국은 글로벌 기업이 제일 많은 대기업의 나라다.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지난해 매출액은 삼성전자의 약 네 배, 이윤은 395억 달러나 된다. 이윤이 하루 평균 1억 달러가 넘는다. 스위스도 대기업형 경제다. 현재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철강·자동차·선박 등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중소기업형 경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토머스 메크로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잘못된 경제이론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 쓴 『혁신의 선지자, 조셉 슘페터』라는 책에서, 미국의 많은 경제원론 책은 시장 지배력이 전혀 없는 많은 작은 기업이 동일한 제품을 되풀이 생산하면서 완전경쟁을 할 때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이는 혁신의 선지자(先知者) 슘페터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슘페터는 자동차가 발명되면 우마차가 사라지고, 값싼 고성능 컴퓨터가 값비싼 저성능 컴퓨터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바로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라고 한다. 경제 발전의 관건은 바로 이런 것이지 수많은 중소기업이 동일한 제품을 되풀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글로벌 시대에는 기업가 역량, 혁신과 창조적 파괴, 전략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경제학에 이런 개념을 도입하고 가족기업과 대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는 바로 슘페터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 비즈니스위크는 슘페터가 케인스를 앞서는 20세기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라고 했다.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 교수도 창조경영 시대는 슘페터 경제학의 시대라고 했다.

창조경영 시대, 우리는 창조의 4단계를 잘 알 필요가 있다. 이를 그림 그리는 일에 비유하면, 1단계는 일류 화가의 그림을 모방하는 단계, 2단계는 일류 화가를 따라잡는 단계, 3단계는 조금 더 새롭게 그리는 혁신단계, 4단계는 피카소처럼 그리는 독창적인 단계다. 3, 4단계를 혁신 단계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독창적인 단계는 ‘오리지널(독점)’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계다. 미국의 월트 디즈니, 3M 등이 그 예다. 앞으로 우리는 각종 제품, 기업 경영, 국가 경영, 정부의 기업 정책을 모두 독창적인 단계로 높여야 한다.

지식기반 시대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모두 중요한 시대다. 기업은 규모에 따른 편 가르기의 대상이 아니다. 영세 기업은 기업 피라미드의 최하층, 소·중·대기업은 각각 그 위층이 되도록 해 기업 피라미드를 크고 높게 만들어 모든 기업이 독창적인 단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