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총장선출 방법 다양화해야-대학발전 저해우려 직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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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변화와 개혁의 시기일수록 대학 총장의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고더욱 중요한 임무가 부여된다.이와함께 대학 구성원들의 화합과 생산적 행위가 요구된다.따라서 21세기를 대비하는 오늘의 대학들은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인품,그리고 경영능력과 국제감각등을 갖춘 총장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총장 직선제는 일본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제도라 할 수 있다.전국 1백57개 대학중 매년 신학기가 되면 전체의 5분의1 정도의 총장이 신임총장이고 그중 다수는 직선 총장이다.
총장 직선제에 대한 논의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특히 지난7월 대학교육협의회 총장 세미나에서도 직선으로 선출된 총장 자신들에 의해 총장 직선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했다. 총장 직선제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교수의 직접선거에 의한 총장 선출제도는 대학을 선거의 場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나아가 교수사회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도있다는 점이다.이러한 교수사회의 분파.분열현상이 심화될 경우 반목과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됨으로써 대학의 화합 과 효율성을 저해할수 있다.
두번째,대부분의 총장 직선제의 경우 학내 인사로만 후보를 국한시킴으로써 훌륭한 총장을 학외에서도 개방적으로 찾기 어렵다는점이다.실제 직선 총장의 경우 지역적 특성,출신학교 배경,학내의 인간관계 등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아 선출되 고 있음을 감안할 때 진정한 학식.행정력.지도력을 갖춘 총장 후보자가 선출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세번째,교수의 직선제에 의한 선출은 총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소견을 알지 못한채 의사결정을 하게 될 우려가 내포되어 있다.특히 규모가 큰 대학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네번째,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총장은 소신껏 대학 경영을 하지못할 가능성이 있다.자신을 지지한 교수들에 대한 배려라든지,반대파 교수들을 무마해야 한다든지,재선을 위해 배려해야할 사정들이 있기 때문에 변화와 개혁의 시기에 중요한 의 사 결정일수록어려움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총장 직선제의 문제점은 임명 총장이라 해서 전혀 없는것은 아니나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교수 스스로 총장을 선출한다는의미보다 직선함으로써 우려되는 점이 많다면 대안적 방안도 고려해보는게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직선제 총장 선출 방법이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은아니다.그러나 적어도 직선제 총장 선출만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사고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대학의 규모와 설립목적,지역적 특성,그리고 기능 등에 따라 총장 선출 방법이 다양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재단이 먼저 임명하고 교수회의가 추인하는 방법,교수 직선후 재단이 임명하는 방법,교직원을 참여시키는 방법,총장 천거위원회를 구성하여 영입 또는 공모하는 방법 등 총장 선출제도가 다양화되어야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신장의 의 미를 지니는것이다. 왜냐하면 대학 구성원의 특성상 전문적 자율성과 경영의효율성을 동시에 조화시킬 수 있는 시대적 총장이 우리의 대학을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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