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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 거장 등용문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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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연간 400회 공연이 열리는 위그모어 홀은 극장 자체 기획 공연이든 대관 공연이든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선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보다 위그모어 홀 데뷔를 더 높이 평가한다더군요”(오주영)

 “기획사에서 대관 서류를 접수한 다음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4개월이 걸렸어요. 연주 프로그램과 프로필, 언론 리뷰, 연주녹음을 제출한 뒤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쳤습니다. 위그모어 홀에서 연주한다니까 주위에서 무척 부러워하더라구요”(김원)

 한국인 신예 연주자 2명이 잇달아 세계적 공연장인 영국 런던 위그모어 홀에 데뷔한다. 18일과 28일(현지시간)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김원(35·上)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25·下)씨가 주인공이다. 김씨는 슈만·쇼팽·라흐마니노프·스트라빈스키, 오씨는 모차르트·브람스·이자이·비니압스키의 레퍼토리로 런던 데뷔 무대를 꾸민다.

 1901년에 런던 도심 한복판에서 문을 연 위그모어 홀(550석)은 세계 최고 수준급 실내악 무대로 손꼽힌다.

이 연주장 주변에 세계적인 음반사, 레코딩 스튜디오, 매니지먼트사, 오케스트라가 밀집돼 100년 가까이 유럽 음악 유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아슈케나지, 기타리스트 세고비아 등의 데뷔 무대도 이곳이었다.

 연주자 선정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곳의 데뷔 공연에서 성공하면 거의 예외없이 스타덤에 오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95년 이곳에서 데뷔 독주회를 연 첼리스트 대니얼 리는 연주가 끝난 후 즉석에서 음반사인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당시 대니얼 리는 내로라 하는 국제 콩쿠르 입상 경력이 전무한 상태였다.

 오씨와 김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공통점이 있다.

경남 진주 태생인 오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뉴욕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현재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자카르 브론 교수를 사사 중이다. 1996년 영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김원씨는 김석 경희대(피아노과)교수의 아들이다. 독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를 거쳐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아리 바르디 교수를 사사했다. 1995년 바르셀로나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에 1위 입상했으며 20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협연한 실력파 신예 연주자다.

 오씨는 런던 현지의 매니지먼트사, 김씨는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마스트미디어를 통해 위그모어 홀에 데뷔한다.

 98년 위그모어 홀에 섰던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위그모어 홀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인 동시에 두렵고 조심스럽다”며 “특히 데뷔 무대는 런던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지의 평론가, 음반사·기획사 대표가 어김없이 객석에 앉아 있기 때문에 긴장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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