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산드린 ‘힘든 신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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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8일 한국 프로농구 데뷔전을 치른 산드린(모비스·<右>)이 SK 스미스의 수비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형제가 함께 울었다.

 국적이 다른 형제 에릭 산드린(29·모비스)과 이동준(27·오리온스)이 18일 어머니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경기했다. 형은 울산 홈경기에서 SK에 60-80으로 크게 졌고 동생도 홈인 대구에서 동부에 65-83으로 졌다.

 한국에서 근무했던 이탈리아계 미군 헌병 드웨인 산드린과 한국인 어머니 이점옥씨 사이에서 형제는 태어났다. 형제는 미국 시애틀에서 농구공과 함께 컸다.

 형이 농구를 더 잘했다. 키가 2m3㎝로 동생보다 5㎝가 크고 더 빠르다. 탄력도 뛰어나다. 산드린의 덩크슛은 예술적이다. 한국 피가 흐르는 선수 중 최고다.

 한국 프로농구에 오기 위해 귀화를 해야 했던 동생과 달리 형은 경쟁이 훨씬 치열한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산드린은 “동생과 함께해 든든하다”고 했고 이동준은 “형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산드린에겐 한국 무대 첫 경기였다. 11월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왔다가 발이 아파 3주를 쉬었다. 발에 박힌 철심 때문에 팀과 갈등을 빚었지만 오해를 풀고 경기에 나왔다.

 산드린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리바운드를 잡고 3점 슛을 넣으면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다리를 절었고 한국 농구에 적응이 안 된 듯했다. 11득점을 했지만 야투 성공률이 22%에 불과했다. 수비와 팀플레이도 안 됐다. 최근 2연승을 거뒀고 산드린이 가세하면서 더 큰 기대를 한 모비스는 올 시즌 가장 크게 졌다.

 동생 이동준도 16득점을 했으나 팀은 4연패에 빠졌다. 패배가 모두 이들의 책임은 아니다. 형제는 얄궂게도 꼴찌팀들에 왔다. 모비스가 올 시즌 이긴 경기는 5경기, 오리온스는 4경기에 불과하다. 형제는 21일 맞대결한다. 둘 중 하나는 웃을 수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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