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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34번가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실망할지라도 어린이에게 꿈꿀기회를 줄 것인가,아니면 사실을 알려줘 후일의 실망감을 예방할 것인가.
이런 고민의 대표적인 사례중의 하나가 아마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얽힌 논란일 것이다.『34번가의 기적』은 바로 이같은 물음에 현답을 주는 휴머니즘 영화다.
47년 제작된 원작은 40년 동안 해마다 상영돼 많은 사랑을받아왔다.올해는 코미디영화를 만들어온 유명한 제작자 존 휴즈가새로 각색해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시사회에서『우리 마음 속에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믿음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차원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특히『트루라이즈』와『스피드』를 만들어 큰돈을 챙긴 20세기폭스사가 연말대목에 흥행부담이 큰 휴먼드라마를 선보인다는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4번가의 콜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알리는 축제퍼레이드를펼친다.기획이사 도라워커(엘리자베스 퍼킨스扮)는 술주정꾼 산타역을 해고하고 새로운 산타역을 물색하다 크리스(리처드 아텐보로우)라는 양로원 기숙노인을 발견한다.크리스는 어 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산타역은 진짜 산타다워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노인.그는 도라의 딸 수잔(마라윌슨)이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실에 놀란다.
한편 경쟁백화점은 크리스를 어린이들에게 허무맹랑한 환상을 심어주는 정신나간 노인으로 고발한다.산타가 존재하는가 아닌가를 놓고 공청회가 열리고 이 문제는 사회전체로 파급된다.결론은「대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믿어지는 신의 존재와 같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는것.
다큐멘터리감독 출신 레스 메이필드는 소재.배경.배우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연말풍경의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센트럴파크주변의 맨해튼과 비지스,레이 찰스 등이 부른 주옥같은 캐롤이 조성하는 분위기,또 이것을 훌륭히 소화해 내 는『간디』의명감독 아텐보로우경과 깜찍하고 귀여운 마라 윌슨의 연기는 음미해 볼만하다.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날로 엷어지는 현실이고보면 이 영화는 어쩌면「시대착오적」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그러나 보는 사람들의 뺨을 적신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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