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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부녀회 '아줌마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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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방제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름 냄새가 가시지 않아 충격이었어요. 한국에서 가장 강한 아줌마들이 힘을 보탤 테니 빨리 재기하셔야 합니다."

17일 태안군 학암포 인근 바위.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태안반도에서는 자원봉사자를 보는 게 일상이 됐지만 이날 양식장 인근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좀 달랐다.

헌 옷가지로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이 마치 방을 닦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을 때도 설거지하는 것처럼 손놀림이 빨랐다.

서울.전남.충북 등 전국 각지의 새마을부녀회원 1000여 명이 이날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새마을중앙회의 연락을 받고 시간을 쪼개 이날 새벽 출발해 이곳에 모였다. 방제대책본부는 학암포를 포함한 10여 곳에 아줌마들을 배치했다.

아줌마들은 기름 닦기를 시작하자마자 집에서 살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신한이(55)씨는 "TV로 보니 천이나 흡착포로 바위 틈새에 낀 기름띠를 닦아내던데 이런 방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다음에 올 때는 부침개를 뒤집는 뒤집개 같은 것을 가져오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소원면 근원리 양식장 일대 바위에서 기름을 닦은 서울 강남구 새마을부녀회 백미화(42)씨는 "우리 아줌마들이 꼼꼼하게 일을 잘하니까 주민들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워했다"며 웃음지었다.

전남 보성군 새마을부녀회원 50여 명은 정자두 일대에서, 충북 청원군 부녀회원은 모항에서 기름을 제거했다.

김현숙(52.전남 보성군)씨는 "응급복구는 어느 정도 된 것으로 보이지만 태안군 주민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름 피해로 시달릴 것 같다"며 "주민들을 돕기 위해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에서 나온 수산물 사주기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주부들이 꼼꼼하고 섬세하게 기름을 제거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새마을중앙회 관계자는 "일일이 돌을 닦아내야 하는 꼼꼼한 작업에는 주부들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자원봉사자가 부족한 평일에 주부들이 많이 봉사를 가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태안=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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