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원봉사자, 우리의 진정한 영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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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것은 기적이었다. 죽음의 기름띠가 새카맣게 뒤덮었던 해수욕장이 불과 일주일 만에 본래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기적 말고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물론 이는 하늘에서 떨어진 기적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만든 기적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외국 방제 전문가는 “이처럼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렇게 빨리 방제 성과를 올린 것이 경이롭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유 유출 사고라는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려는 물결엔 민관군이 따로 없고 남녀노소의 차이도 없다. 엄마와 함께 돌멩이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고사리 손, 방학을 맞아 한걸음에 달려온 학생, 불편한 몸을 이끌고 봉사 대열에 합류한 장애우까지 다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군 장병도 나섰고, 기업도 대거 참여했다. 송년회를 이곳에서 자원봉사로 대체하겠다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아름다운 전통이 자원봉사로 되살아난 것이다. 현장의 외국인들도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를 했던 때와 흡사하다”며 재난 앞에서 일치단결하는 우리의 저력에 감동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모두 25만여 명이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에 나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태안반도 해안의 70%가 사고 이전 수준으로 복구됐다. 내년에 해수욕장을 여는 데 문제가 없다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군산 앞바다까지 타르 덩어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이 위험하다고 한다. 아직 인력과 장비가 태부족이라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더 필요하다. 추악한 싸움으로 지새우는 정치판은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을 본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