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94스타10걸>신세대 여성돌풍 주역 신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가부장적 질서와 과도기의 급류를 조심스레 건너가던 최진실과 달리 가부장제와 깨끗이 갈라서 신세대적 개성주의가 새시대의 굵은물줄기라고 당차게 선언하는 여자.』 『개성시대의 진취적 여성해방주의를 이용한 자본주의 문화산업의 산물.』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 시대에서 성구분이 모호한 양성 시대로의 전환과정에서 대중에게 신선함을 안겨준 중성적 이미지.』 신은경(22)만큼 많은 문화평론가들의 분석대상이 됐던 연기자는 아마도 또 없을 것같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모호함이다.
건장한 남자와 팔씨름을 하고 면도를 하다 살갗을 베는 여자,남성위주의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서 투쟁하는 외과 수련의,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남자에게『나도 여자야』라고 말하며 뒤돌아서 눈물짓는 여 자.
***연기경력 8년만에 빛본 열정 문화평론가 강영희씨는 이같은 신은경의 이미지에 대해『속시원한 단절과 머뭇거리는 토씨달기사이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가 아무리 어떻다 해도 신은경을 평가하는데 연기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MBC-TV드라마『종합병원』의 레지던트 이정화역은 원래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대본을 받아든 순간『이역은 내꺼야』라는 본능적 열정이 그녀의내부에서 불같이 치밀어 올랐고 연출자인 최윤석PD를 한달동안이나 쫓아다니며 졸라댄 끝에 결국 거머쥐었다.
연기경력 8년이 돼가는데도『파일럿』『마지막 승부』등에 출연할때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신은경은 그때 이번에도 성공못하면연기를 포기할 각오까지 했단다.
그녀의 이미지와도 들어맞는 이같은 독기(?)는 조연급에 그쳤던 이정화를 드라마의 기둥으로 만듦과 동시에 그녀 자신도 일약스타덤에 올라서게 했다.
완벽한 인간보다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으로 결함을 가진 인간형을 연기해 보고픈 것이 신은경의 바람이다.
『종합병원』에서 불치병에 걸린 의사역을 자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만 불발로 그쳐 아쉽다는 그녀의 변신을 시청자들은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글:李勳範기자 사진:申寅燮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