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땅 아프리카 풍년-동부쪽 4년만에 강우량 풍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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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극의 땅」동부 아프리카에도 풍년이 왔다.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1천7백만명의 이 지역 주민들은 죽음의 악몽에서 벗어나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12월 들어 유엔 산하기구 등 국제구호단체들과 현지 자원봉사자들은『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케냐.수단.지부티.소말리아가 굶주림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하기 시작했다.
구호단체들은『서방진영에서 보내 온 구호식량의 공급이 원활해지고 그동안 적절하게 내린 비로 4년만에 첫 풍년을 맞아 동부 아프리카에서 당분간 더 이상의 대량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과 올 연초에 걸친 집중폭우와 가뭄 때문에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기근과 내전으로 적어도 2백만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가 의지해 온 유일한 생명선은 자원봉사대와 구호식량 이었다.역설적으로 르완다의 떼죽음과 소말리아의 굶주림 등앞서 죽은 자들의 참혹한 비극이 세계의 양심을 일깨웠고 그것이남아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풍년은 왔지만 종족갈등이라는 인재(人災)에 의해 우간다.르완다.부룬디는 여전히 기근의 위협을 받고있다.또 에티오피아 남부에서도 구호식량이 도착하기도전에 10만명이 굶어죽었다.
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호전되고 있으며 특히 구호식량 공급은 눈에 띄게 원활해지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 정부들이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구호식량의 중간착복은 많이 줄어들었고 손길이 미치지 않았던 오지에까지 도로가 만들어져 구호식량의 수송도 한층 빨라졌다.
또 에티오피아가 현재 외국에서 원조받은 75만t의 구호식량을확보한것을 비롯해 동부 아프리카 대부분이 겨울을 견디기에 충분한 식량을 비축해 놓은 상태다.
내전으로 정부 재정이 고갈됐던 수단도 다행히 북부지역의 기록적인 풍년으로 대량기근은 면할 전망이고 소말리아도 불안한 정정(政情)속에 풍년이 왔다.
상대적으로 외화보유에 여유가 있는 케냐는 식량수입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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