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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무샤라프 대통령 국가 비상사태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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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5일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5일 TV 연설에서 이를 발표하고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총선은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그동안 임시헌법령(PCO) 발동으로 중단됐던 헌정이 복원됐고 국민의 기본권 제한도 풀렸다. 지난달 3일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국가 안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지 42일 만이다.

비상사태 해제는 무샤라프가 일인체제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이미 마무리했음을 의미한다. 우선 10월 대선 당시 무샤라프의 대통령 자격을 문제 삼았던 대법원이 대폭 물갈이됐다. 반정부 법관들은 모두 친정부 인사로 교체됐다. 대법원을 견제하기 위해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 '연방법원'을 신설해 대법원의 기능을 분산하는 법 개정까지 마무리했다.

군 참모총장직은 최측근인 아시파크 페르베즈 키아니 장군에게 인계해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앴으면서도 군은 계속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파키스탄의 핵무기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국가지휘청(NCA) 의장직을 대통령이, 부의장직을 총리가 맡도록 법을 개정해 핵 통제권도 손에 넣었다.

파키스탄 민주화 단체인 연합행동포럼(UAF)의 리아퀘트 발로크 의장은 "무샤라프는 비상사태라는 불법행위로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고, 법원을 친정부 성향으로 돌리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실현했다"며 "이제 장기집권을 위한 절차만 남겨 둔 상태"라고 말했다.

비상사태 해제로 그동안 반정부 활동 등을 이유로 구금됐던 5000여 명이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화 핵심 인물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와 이프티카르 초더리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거물급 반정부 인사들의 가택연금과 정치활동 금지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 확실시된다.

대규모 정치 집회나 총선 관련 생방송도 계속 금지된다. 총선이 3주가량 남았는데도 후보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정견 발표가 사실상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15일 "비상사태 해제는 민주화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복원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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