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혁명이 몰고올 미래 제시-빌 게이츠 訪韓3일 동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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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마이크로소프트社 빌 게이츠 회장이 입국한 5일오후 그를 만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진치고 기다리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잠시 논란이 일었다.세계 최고 갑부로 알려진 그가 귀빈통로를 이용할것인지 여부와 만나기 어렵고 성격도 까다롭다는 소문대로라면 인터뷰는커녕 사진이라도 찍으면 다행이라는 이야기들이었다.그러나 간편한 스웨터차림으로 수행원 없이 양손에 가방을 들고 일반통로에 모습을 드러낸 빌 게이츠 회장은 화려한 부자의 모습도,까다롭고 어려워보이는 인상도 아니었다.
『당신의 특별강연을 주최한 中央日報社의 기자』라고 밝히며 다짜고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는가』라고 묻자 빌게이츠 회장은 『이 세상은 흥미진진한 일들로 가득 차있다』며 호기심 가득한 소년의 표정을 지었다.정상에 오른 기업인이라기보다는 순진하다할 정도의 꿈을 지닌 20대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그날 저녁 말쑥한 양복으로 갈아입고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의 회장으로 변신했다.
사흘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청와대를 방문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환담할 때도,中央日報社 주최의 첫 공개강연회에서 연설할때도 그는 정보혁명이 몰고올 미래의 변화된 모습을 예측하고 그미래를 창조할 자신의 비전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을 정력적으로설명했다.
불과 19세때 컴퓨터가 집집마다 보급될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던 소년이 이제는 21세기를 예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업을 통해 스스로 예언을 적중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라는 이름은 이제 한국에서도 미래에 대한 진취적기상과 도전정신의 상징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6일오후 호암아트홀에서 『6년이내에 무선PC시대가 도래하며 종이보다 싼 CD형소프트웨어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빌 게이츠 회 장의 연설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빌 게이츠의 입을 통해 나온 예측이라는 점에서 큰 신뢰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방한기간중에 천리안등 국내 PC통신에서는 장삿속의 외국기업인을 너무 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평들이 올려지기도 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방한기간중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사제품의우수성을 선전한 사업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지난 87년과 89년의 홀대(?)와는 다른 이번 방문에서의 성대한 환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빌 게이츠 회장은 『마이크 로소프트社가그만큼 성장한 까닭』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인생의 최고 가치를 『주어진 일에 몰두해 미래사회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밝힌 빌 게이츠 회장의 생활은 분명 한 사람의 사업가 그 이상임을 많은 사람들이느꼈다. 7일 저녁에도 도착때와 마찬가지로 손가방을 들고 다음방문국인 일본으로 향하는 빌 게이츠 회장의 모습에서 도착 때와는 달리 소탈하다는 그런 인상보다는 「크다」는 느낌이 와닿았다. 〈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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