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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거의 컴백 홈, 당장은 즐겁지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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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16면

서재응이 11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김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야구 흥행 순풍에 돛 단다

최희섭 이어 서재응도 한국行

1997년은 KIA의 전신인 해태가 아홉 번째 우승한 해다. 이후 KIA는 급전직하,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한국 야구 유망주들이 줄줄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재응·김병현·최희섭 등 광주일고에서만 세 명이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했다. 올해 최하위를 기록한 KIA는 이들 가운데 두 명을 받아들여 내년엔 전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재응은 박찬호·김병현과 함께 많은 팬을 보유한 ‘빅3’ 중 하나다. 서재응의 복귀로 인한 관중 동원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물론 서재응이 한국 야구 복귀 첫해에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최희섭이 KIA로 복귀했을 때 광주구장은 물론 잠실까지 만원 사례를 이뤄 KIA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까지 재미를 톡톡히 봤다. 스타 한 명이 보유한 잠재력을 돌아온 최희섭이 보여줬던 셈이다.
 
섞어야 답이 나온다

“일본 체육고교연맹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263명이다. 1961년 센다이고교 레슬링부가 미국 원정에 나서 문화 교류를 위해 교환학생제도를 시작한 뒤 이어져 온 이래 외국인 체육 교류는 계속됐다. 일본은 프로와 아마 모든 부문에 색깔을 구분하지 않고 흑인과 백인이 모두 활동한다… 국제무대의 케냐는 마라톤에서 최고 나라다. 그들은 발끝으로 달리는 독특한 주법을 보유하고 있다. 피로도가 심해 동양인에겐 어렵다. 그런데도 센다이고교 선수들은 이를 흉내 내고 일본 내에서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어떻게든 섞여서 같이 부대끼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운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이 2006년 일간스포츠에 게재한 칼럼의 일부다. 당시 김 감독은 일본 지바 롯데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의 체육 문화 풍토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이 많고 흑과 백과 황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벽이 없었다고 한다. 돌아온 해외파들로부터 기대되는 게 바로 이런 것들 아닐까.

광주일고 선후배인 투수 서재응(오른쪽)과 타자 최희섭이 잇따라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귀국해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이들은 타이거즈의 통산 열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는 광주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책에는 없는 노하우

몇 차례 국제 야구대회를 치를 때마다 선수들은 느끼고 배운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은 박찬호와 김병현의 훈련 방식과 투구를 보면서 그 요령의 미묘한 차이점과 노하우에 대해 배우고 느꼈다고 한다. 야구의 국제대회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자국 프로 출신, 해외파 출신 등의 구분으로 선수들을 나누는 것 또한 이제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섞여서 같이 부대끼면” 좋건 나쁘건 기대치 않았던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말했다.

“(박)찬호 형이 자꾸 뛰고 또 뛰고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뛰어야 좋은 건 그전까지는 막연하게 알 뿐 어째서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을 치르는 동안 합숙을 통해 7개월간의 기나긴 시즌 동안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단순히 책에 나와 있는 내용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다르더라.”

오승환의 말에서 ‘섞어야 답이 나온다’는 김성근 감독의 말이 지닌 뜻을 알 수 있다.
 
돌아올 뿐, 가지 못한다

돌아오는 선수들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 대신 나가서 배워와야 한다. 한때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7명이나 포함됐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지금은 사실상 명맥이 끊긴 형국이다. 박찬호는 시범 경기 성적에 따라 메이저리그 승격 여부가 결정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병현도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시애틀)은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다.

한국 야구에서 FA 연한을 채운 이승엽·이병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에 진출했다. 임창용(전 삼성)은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승엽과 이병규, 임창용 등은 일본 소속 팀과의 계약이 끝나 한국에 돌아와도 새롭게 프로야구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벽 또는 한계를 느껴 짐을 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류가 많아지고 섞여서 새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다.
 
한국 야구의 종속화 심화?

한국은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해외 무대 진출은 수년 전부터 명맥이 끊겼다. 야구 유학식으로 미국 진출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특급 대우로 나가는 제2의 박찬호, 제2의 김병현은 사라졌다. 시장은 자꾸 개방되면서 플레이와 관전 모두 수준이 높아져 가고 있는데 해외파 스타들의 유턴은 ‘반짝 효과’에 그칠 뿐 궁극적으로는 미·일 야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XPORTS 해설위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후 동양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 앞다퉈 좋은 조건에 메이저리그 이적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일본 프로선수들의 공백은 조금씩 한국의 스타 플레이어로 채워지고 있는 형국 아닌가. 개별 리그에 가까웠던 미국과 일본, 한국의 프로리그가 이제는 미국-일본-한국 순서로 서열화되고 한국 야구가 미·일 야구에 종속돼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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