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로스쿨, 잘못된 지역 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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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인적자원부가 어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정원을 서울권역 52%, 비서울 4대 권역 48%의 비율로 배분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대로 지역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지역 할당을 한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원칙과 현실을 무시하고, 나눠먹기식이 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부작용도 클 것이다.

노 대통령이 교육 평등주의란 이념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교육을 뒤흔든 결과 우리 교육은 엉망이 됐다. 수많은 학생들을 분노와 실의에 빠뜨리고, 위법 소송까지 제기된 수능 등급제 파동을 보라. 그런데 노 대통령은 억지로 로스쿨까지 평준화하려 한다. 청와대는 당초 정원의 70%까지 지방에 배정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로스쿨은 도입 취지와 교육 여건에 맞춰 선정돼야 한다. 치열한 국제 경쟁시대와 사법시장 개방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 법조인을 길러내고, 국민에게 양질의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도입 목적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여건이 중요하다. 그런데 신청 대학들의 교육여건은 심사하지도 않고, 정원부터 지역 배분하는 것이 타당한가.

교육여건이 좋은 대학은 탈락하고, 뒤처진 대학이 선정되는 일이 반드시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 로스쿨의 질은 떨어진다. 최상의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도 큰 피해를 본다. 교육여건이 나쁜 로스쿨은 학생들의 외면을 당해 도태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 법학 교육 전체의 큰 손실이다.

지방대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가점 부여 등 배려를 할 수는 있지만 특혜가 돼선 안 된다. 균형과 특혜는 전혀 다르다. 이번에는 가능한 교육여건을 중심으로 선발한 뒤, 향후 전체 정원을 늘리면서 추가 선정하면 된다. 그러면 지방대들도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로스쿨은 내년 3월 새 정부가 선정할 예정이었는데 노 대통령이 선정 시기를 내년 1월로 앞당겼다. 로스쿨은 사법개혁의 중요한 발걸음이다. 잘못된 이념과 정치적 목적으로 결정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