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에이스 이세돌 왜 끝번 배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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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세돌 9단은 팀이 한국리그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중대한 시기에 왜 하필 중국리그에 가야만 했을까. 현재 이세돌이 속한 구이저우(貴州) 팀은 창하오 9단이 이끌고 있는 상하이 팀에 이어 2위다. 승점 차이는 불과 2점으로 1승(3점) 차이도 안되는 아슬아슬한 접전을 펼치고있다. 중국리그는 포스트시즌 없이 곧장 우승팀이 가려지고 현재 총 22라운드 중 20라운드가 끝난 상태다. 남은 2라운드에서 우승 팀이 결정되는 것이다. 구이저우는 1위를 달리다 최근 2연패를 당한 상태라 이세돌 9단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구이저우 팀은 1위 자리를 놓고 시소게임을 벌일 때 일찌감치 이세돌에게 남은 두 라운드의 출전 약속을 받아놨다. 중국리그에서 이세돌은 1국에 ‘1만 달러+승리수당’을 받는다. 이세돌은 한국리그 일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먼저 손을 뻗은 측과 선약을 해버린 것인데 여기엔 한국리그보다 대우가 월등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세돌은 이미 폭주하는 스케줄에 갇혀 있었지만 관계자들은 사전에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

지난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제일화재의 이홍렬 감독은 이세돌 9단에게 ‘중국행 포기’를 설득하고자 애썼지만 실패했다. 중국리그와의 계약을 깰 수 없었고 한국리그는 16일 귀국하여 맨 끝번이라도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제일화재가 패배할 경우 팀과 팀의 주장인 이세돌에게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홍렬 감독도 “패배보다도 뒷일이 더 걱정스럽다. 제일화재 측도 서운할 것이고 팬들은 이세돌 9단이 한국리그보다 중국리그를 중시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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