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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라운지] 프린터 잉크, 고체도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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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잉크젯 프린터에 사용하는 잉크 하면 흔히 액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고체로 된 잉크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체 잉크는 사용하기가 편리합니다. 고체라서 쏟아질 염려도 없고 잉크를 교체할 때 손이나 옷에도 잉크가 묻지 않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인체에 무해하고 폐기물의 양이 적어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입니다.

고체 잉크는 작은 비누나 초콜릿처럼 생겼습니다. 콩에서 추출한 천연식물성 기름과 끈끈한 크레용을 섞어 만듭니다. 그래서 고체 잉크 업체에서는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먹기엔 맛도 없고 값도 너무 비싸답니다. 또 잉크든 토너든 찌꺼기 같은 폐기물이 나옵니다. 그런데 고체 잉크는 A4용지 10만 장을 인쇄하고 남는 폐기물이 2kg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레이저프린터의 토너로 똑같은 양을 인쇄하면 71kg의 폐기물이 생긴다고 하네요. 그럼 고체 잉크로 인쇄되는 과정을 알아볼까요. 고체 잉크를 사용하는 프린터에는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잉크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체 잉크통 밑에는 히터가 달려 있습니다. 이 히터는 인쇄할 때 순간적으로 80~100도의 열을 내 고체 잉크를 녹이는 역할을 합니다. 녹은 잉크는 헤드라는 곳을 통해 분사됩니다. 그렇다고 출력물에 뜨거운 열기가 남진 않습니다.

잉크가 떨어지면 대부분의 프린터는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인쇄 중이었다면 반드시 전원을 끈 뒤 잉크를 교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만약 페이지의 절반 정도를 인쇄한 뒤 잉크가 떨어졌다면 그 페이지는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고체 잉크는 인쇄 중에도 추가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고체 덩어리이기 때문에 잉크통에 그대로 밀어 넣어주기만 하면 전원을 끄지 않아도 계속 작동합니다.

프린터에 사용되는 잉크나 토너는 입자 크기가 나노(10억 분의 1m) 크기로 작아지고 있습니다. 고체 잉크 역시 액체로 분사될 때는 나노 크기가 됩니다. 잉크나 토너의 입자가 작을수록 인쇄 상태가 더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같은 고품질의 인쇄 수요가 늘면서 프린터 업체들은 잉크나 토너의 입자를 줄이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프린터 시장 규모는 7200억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잉크나 토너 같은 프린터 소모품 시장은 프린터와 엇비슷한 6170억원 규모입니다. 프린터 업체들이 잉크나 토너의 입자를 줄이고 고체 잉크까지 개발하는 이유를 이젠 아시겠지요.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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