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외국인 CEO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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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기업에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은 11일 인도 나그푸르 출신 비크람 판디트(50)를 CEO로 임명했다. 이로써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중에서 외국인이 CEO를 맡고 있는 회사는 14개로 늘어났다. 앞서 담배 제조회사인 알트리아그룹은 이집트 출신이 이끌고 있으며, 펩시콜라는 인도, 리버티 뮤추얼 그룹은 아일랜드, 알코아는 모로코 출신의 CEO를 영입했다. 이스트먼 코닥과 켈로그, 다우 케미컬, 알코아 등도 외국인 CEO를 기용한 기업으로 꼽힌다. 10여 년 전인 1996년 100대 기업 중 외국인 CEO는 9명이었다.

이처럼 외국인 CEO가 늘고 있는 것은 해외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신문에 따르면 6년 전 미 대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내년에는 절반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은 처음이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 스쿨)의 마이클 유심 교수는 "본사가 미국에 있더라도 기업들은 '미국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넓어진 만큼 생각도 '국제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 기업의 CEO 국적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내 경영전문대학원들이 학생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유치하고 있고, 기업들도 인재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기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의 코사리 부학장은 "미국 인구는 3억 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20억 명의 인구가 고급교육을 받고 각계에 진출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 최고위에 오르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국제적 경험'을 갈수록 중시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의 임원 채용 담당자는 "이사회가 미국 밖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를 점점 더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코카콜라는 미국 태생이지만 터키 국적도 갖고 있는 무타르 켄트(55)를 새 CEO로 선임했다. 코카콜라의 전 CEO는 노던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잠비아에서 성장한 네빌 이스델이었다.

최근의 변화가 미 기업의 해외매출 증가세와 비교하면 더딘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직도 일부 기업은 "미국식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미국인 CEO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윤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만큼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능력이 가장 탁월한 후보에게 회사를 맡기는 것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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