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권분립'등 외친 용의자 자필 편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11일 부산 연제구 연제 7동 우편함에서 발견된 총기 탈취 용의자 조씨의 편지.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의 용의자 조모씨는 왜 편지를 보냈을까.

11일 오후 5시10분쯤 부산 연제동 우편물취급소 앞 우체통에서 이상한 편지가 발견됐다. 겉봉엔 '경찰서 보내주세요. 총기탈치(취)범입니다'고 적었다. 편지엔 '탈취한 총기를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휴게소에 버렸다. 경찰과 국민에게 미안하다. 자수하겠다'는 내용의 자필로 씌어 있었다. 200자 원고지 7장이 넘는 분량이었다.

편지에 나온 장소에서 탈취된 총기가 발견됐다. 또 편지에서 조씨의 지문이 채취됐다. 군.경의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쓴 편지였지만 결국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씨는 편지에서 '한국식 민주주의' '삼권분립' '5.18 광주사태' '법치국가'란 단어를 사용했다. "군부대 근무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대목도 나온다. 동국대 이상현(범죄심리학) 교수는 "자신을 영웅시하는 과대망상증 경향이 강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이수정(심리학) 교수는 "철자법이 틀리고 문맥도 안 맞는다. 그런데도 거창한 논리를 끌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저의 잘못으로 희생된 일병의 죽음에 큰 사죄를 드린다"며 해병대원(고 박영철 상병)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차로 치어 (해병대원의) 저항을 차단 및 위협(하려는) 수단뿐이었는데 장병이 쓰러지지 않고 총구를 겨눠 본능적으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범죄행위를 변명하는 부분은 아주 적었다. 경찰대 표창원(범죄심리학) 교수는 "조씨가 군 의문사와 늦은 초기대응을 언급한 것은 국가기관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키우면서 자신에 대한 여론을 호의적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책임을 지고 자수를 하고자 결심했다"는 내용과 달리 조씨는 검거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했다. 이수정 교수는 "자신의 범행을 축소.왜곡하려 하는 것으로 봐 처음부터 자수의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화성 논바닥에서 발견된 차량 방화와 관련, 조씨는 "화장지에 양초를 꽂아 불을 붙여 코란도가 서서히 불에 타게 했다"고 썼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일종의 강박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편지 내용엔 추가 범죄의 흔적이 있다. 조씨는 "차량은 남동공단 범행과 도주용, 구우(그)때 구입 번호판 위조"라고 밝혔다. 경찰은 7월 1일 오전 3시쯤 인천 남촌동 경인고속도로 밑 인도에서 개인택시 기사 이모(43)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가리킨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씨의 택시는 뒷좌석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의 추가범죄인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J-HOT]

▶ '삼권분립''5·18사태' 외친 용의자 편지, 왜?

▶ 용의자 부모 "자수는 무슨… 자살했어야지"

▶ 대학원 졸업해 액세서리 사업가…범행 동기는?

▶ 첩보입수 용산경찰, 친구 통해 "만나자" 유인

동영상 보러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