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熱난방 뜨거운지하수로 아파트 데운다-農振公.자원硏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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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이슬란드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의 진풍경중 하나로 다가오는 것이「화산(火山)발전소」다.화산의 옆구리를 째고,여기서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광경은 이 나라가 아니고선 세계 어디서도 좀체로 구경 하기 힘들다.그러나 이같은 화산발전소는 단순한 구경거리로 만든 것이 아니다.아이슬란드는 자국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중 85%가량을 이처럼 지열(地熱)을 이용해 얻고 있다.따지고 보면 지열만큼 청정한 에너지도 드물다.석탄 혹은 석유처 럼 각종 대기오염물질을방출하는 것도 아니고,방사능 오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원자력과도 다른 것이 지열에너지다.
이처럼 에너지로서 여러 장점을 가진 지열을 이용해 온.난방시스템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국내에서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농어촌진흥공사와 한국자원연구소는 수년전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정밀 지열에너지 탐사를 벌여온 결과 최근 경남 마산.창원 일대가 시범사업지역으로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계당국에 지열에너지개발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연구.개발팀은 마산.창원일대의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하2천~2천5백m 지점에 섭씨 75~90도 가량의 지열수가 다량흐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한국자원연구소 정승환(鄭承桓.자원탐사연구부)박사는『이 정도 온도면 최소 5 천가구의 지역난방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또 이같은 규모의 지역난방은 벙커C유 외에 다른 어떤 에너지원과 비교해도 경제성에서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난방시스템을 한차례 돌고나온 지열수는 섭씨 40도 내외로처음보다 다소 온도가 떨어지겠지만 다시 비닐하우스.양축시설.양어장 등의 난방.관개수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농어촌진흥공사 김영웅(金英雄)개발계획부장은『지열에너지는 공해없 는 첨단농업단지 조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아이슬란드의 화산발전소처럼 지열을 발전에 직접 이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당장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최근 백두산의 화산활동이 예상되는등 백두산 인근의 경우 전혀 지열발전이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지열발전 혹은 지열 온.난방은 땅밑에 물이 흐르지 않아도 가능하다.실제로 프랑스.스웨덴등은 온도가 높은 지하암반에 인공으로 물을 흘려보내 더워진 물을 다시 회수함으로써 온.난방에 사용하고 있다.특히 스웨덴의 인구 5만명 가량 소도시인 룬드지역의 경우 이같은 인공지열수로지역난방을 완전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열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국내의 기술수준은 탐사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시추기술의 경우 선진국이 지하 5㎞까지 시추공을 박을 수 있는데 반해 우리는 대략 1㎞안팎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그러나 이같은 기술수준은 이번 마산.창원지역에 대한 지열개발이 이뤄지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농어촌진흥공사측은 빠르면 오는 96년께 국내 최초의 지열 온.난방이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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