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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수도서 연쇄 차량 폭탄테러 … 유엔 직원 10명 포함 52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11일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 유엔 직원 10명 등 최소 52명이 사망했다.

AP.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폭발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건물 앞과 대법원 청사 부근에서 10여 분 간격으로 두 번 발생했다. UNHCR 건물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히드라 지구에 위치해 있다. 또 폭발 당시 대법원 청사 앞으로 대학생들이 탄 버스가 지나고 있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장 파브르 대변인은 "10명의 유엔 직원이 사망했다"며 "사망자들의 소속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중상자가 많아 최종 사망자 수는 60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지드 제르후니 알제리 내무장관은 "두 곳의 폭발 모두 폭탄이 적재된 차량을 이용한 자살 테러범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테러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단체는 없다.

알제리에서는 올해 알카에다 관련 테러가 잇따랐다. 4월에는 정부 청사를 겨냥한 차량 폭탄 테러로 33명이 사망했고, 9월에는 지방을 순시 중이던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노린 자폭 공격으로 22명이 숨졌다.

알제리는 유럽 국가들에 천연 가스와 원유를 공급하는 자원 대국이다. 1992년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 구국전선(FIS)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총선을 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군부가 연기한 뒤 20만 명이 희생된 내전을 겪기도 했다. 내전은 99년 집권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국민화합 정책으로 진정됐다. 하지만 이슬람 저항 조직들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이슬람 반군 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산악 지역에 은신한 조직원들에 대한 소탕전을 전개해 올해에만 수백 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테러는 유엔 최고위직 관계자를 포함해 22명이 사망한 2003년 8월 바그다드 유엔 본부 테러를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 알제리를 방문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야만적이고 증오에 찬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미 백악관도 비난 성명을 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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