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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권서 못 바꾸게 혁신도시 밀어붙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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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관심을 모은 한국전력 등 28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방안이 확정됐다. 본사 건물을 가진 회사는 예외 없이 건물을 팔고, 본사 인원 전체가 이전 지역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계획 수립과정에서 일부 회사들은 본사 건물을 팔지 않고, 일정한 규모의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본사 건물을 임대로 전환하거나 서울사무소를 남길 경우 '한시적 지방 이전' '부분 이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신 정부는 선도 기관으로 분류돼 다른 회사보다 2년 앞선 2010년까지 옮기기로 했던 토지공사.주택공사.도로공사의 이전은 1년 늦춰주기로 했다. 기반시설 조성 등이 미비하다는 현실적 이유를 수용한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확정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가 대선을 의식해 발표를 서둘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05년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가 발표될 때는 178개 기관의 이전지가 동시에 발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28개 기관만 발표됐다. 이전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기관부터 먼저 내려보내야 정권이 바뀌어도 혁신도시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효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이전 대상은 본사 직원에 한정된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본부의 경우 그대로 머물게 된다. 이 때문에 지방조직이 큰 공기업의 경우 인구 이동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한전의 경우 본사 인원이 1217명에 불과하지만 각 지역본부 밑에 있는 사무소 직원은 1만9179명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가족 동반 이주율을 80~100%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한국토지공사의 사원 설문조사 결과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직원은 15.8%(울산)~42.4%(전북)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달 감사원이 "혁신도시가 이대로 가면 빈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전이 본격화되면 기업이 떠나가는 지역의 반발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사.토지공사.도로공사 등 알짜 회사 6개가 떠나는 성남시는 전체 예산의 5%가 줄게 된다.

한꺼번에 공공기관 본사 사옥이 매물로 나올 경우 적정 가격 논란과 특혜 시비도 우려된다. 특히 서울 삼성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한전 사옥 매각이 관심거리다. 이 부지가 주상복합건물로 재개발될 경우 시장가치는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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