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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뉴욕 필 평양 공연, 개방의 전주곡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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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이 내년 2월 26일로 확정됐다. 공연 자체도 주목되지만 미국 국가의 연주, 공연 실황의 북한 전역 방송 보장 등 공연 조건은 획기적이다. 북한 핵 문제가 제대로 풀리면서 이번 공연이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북·미관계 개선에 역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전쟁 때부터 미국은 북한에 불구대천의 적이다. ‘미제의 각을 떠라’는 구호가 대표적이었다. 물론 물밑에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유일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군사·경제적 제재 아래선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60년의 북·미관계는 ‘대화’보다 ‘대결’로 점철돼 왔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 북한이 각종 테러 를 자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월 ‘베를린 북·미 회동’ 이후 양국 관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섰다. 특히 미국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북핵 문제에선 처음으로 핵시설 불능화에 응했다. 경제·문화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금융실무 회담을 요청, 국제금융 체제 전반에 관해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여기에 참석했던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베트남 사례를 거론하며 “북한은 세계의 변화에 맞춰 나가길 원한다”고까지 말했다. 이번 공연도 북한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어찌 보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더 나아가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북한의 확고부동한 개방정책의 일환이기를 기대한다. 특히 뉴욕 필 공연이 북·미관계 정상화에 결정적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오케스트라 외교’가 옛 소련·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를 트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미 수교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북핵 문제 해결이 선결조건이다. 북한은 뉴욕 필 공연을 수용하는 발상으로 북핵 문제에서도 결단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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