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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중국어교육] 세 살 발음 여든까지 … 성조 익히는 게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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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서모(35)씨는 올 6월부터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윤정(9)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성조와 발음을 가르친다. 서씨는 “제법 잘 따라 하는 딸이 흐뭇하다”며 “꾸준히 중국어에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외국어고에 진학해 중국어 전공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영어 외의 제2외국어 교육에 일찌감치 눈을 뜬 학부모가 많다. 그중에서 특히 중국어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학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졌다.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계획하거나 외국어고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은 중국어를 미리 배워 두는 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중국어교육 전문가들은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흥미를 유지하면서 중국어에서 손을 놓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린이 중국어 강사인 민들레(28)씨는 “초등학생들은 언어 감각이 한창 발달하는 시기라서 배운 대로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다”며 “집에서도 부모님이 중국어 게임을 하거나 동요를 함께 부르며 중국어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저학년 때는 한자보다 발음=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자녀들에게는 한자보다 중국어의 발음을 정확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 이때 중국어에 대해 잘 모른다면 학습지로 먼저 공부한 뒤 가르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

오태호 차이홍중국어 팀장은 “중국어는 한국어 발음에 없는 권설음이 있어 초기에 정확하게 발음을 배워 두지 않으면 좀체 고치기 어렵다”며 “자녀에게 정확한 표준 중국어(베이징어) 발음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훈련을 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표준 중국어에서는 영어 알파벳을 이용해 만든 한어병음을 발음기호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일찍 배운 자녀들은 중국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중국어의 성조를 잘 활용하면 자녀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한자의 뜻이 달라지는 성조는 한국어와 중국어의 큰 차이 중 하나다. 자녀가 성조 외우기를 힘들어한다면 단어마다 정해진 성조를 정확히 알아야 중국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설득해야 한다. 부모가 정확하게 성조를 아는 단어라면 자녀와 함께 성조 익히기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안녕하세요’나 ‘생일 축하합니다’와 같은 기본적인 단어나 인사말부터 성조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적용하도록 반복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동요·DVD 활용교육=집에서도 재미있게 자녀와 중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사과·엄마·학교 등과 같은 간단한 중국어 단어를 그림이나 한어병음으로 표현한 종이카드를 수십장 만들어 놓은 뒤 중국어 발음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를 찾아오게 하면 자녀의 듣기 능력과 한어병음 실력을 함께 기를 수 있다. 또 중국어로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카드에 나온 그림을 정해진 시간 내에 중국어로 설명하게 하는 ‘스피드 게임’도 가능하다. 또 ‘반짝반짝 작은 별’ ‘꼬마 인디언’ ‘두 마리 호랑이’ 등 아이들이 익숙한 동요를 중국어로 바꾼 노래를 자주 틀어주면 자녀들이 노래하듯 공부하며 중국어와 친해질 수 있다. 디즈니 동화를 중국어로 더빙한 DVD나 노래 테이프와 같은 시청각 자료는 시중 판매점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중국어에서 한자 교육은 발음과 성조가 자리 잡은 뒤 고학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한다. 표준 중국어에서는 국내에서 한자교육용으로 사용하는 한자(번체자)가 아닌 간체자를 사용한다. 간체자는 중국의 문자개혁에 따라 자형(字形)을 간략하게 고친 한자로 ‘열 개(開)’자를 ‘开’로, ‘구름 운(雲)’자를 ‘云’으로 바꿔 쓴 글자다. 따라서 한자를 배우고 있는 자녀에게 중국어 간체자까지 강요할 경우 헷갈려하거나 중국어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민들레 강사는 “어느 정도 중국어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직접 문장으로 중국어를 표현해 보고 싶어하는 4~5학년쯤 간체자를 가르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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